'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가 바이럴 마케팅만 부르짖는 이유
2020.01.11 10:00
수정 : 2020.01.11 10:14기사원문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대가성 주고받은 정황 포착해도 '사재기'한 증거 있어야
당연히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의혹만으로 음원 사재기를 근절할 수 없다. 문제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 의혹을 받는 가수들은 모두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며 큰소리치는 가수도 있다. 이들 중 누가, 몇 명이 사재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재기 가수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만한 배짱을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는 다른 사람의 개정을 불법 도용해 특정 음원을 조직적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회원과 마찬가지로 회원가입한 뒤 유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다. 음원사이트 입장에선 불법 계정을 확인하기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는 게 송 변호사의 분석이다.
음악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 제 26조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 사실이 확인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3년 전 음원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해 개정된 조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음원 사재기 혐의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조항에 따라 처벌하기 위해선 금전 등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기획사가 브로커에게 금원을 건넨 내역을 토대로 수사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가를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한다 해도 혐의 입증까지 갈 길은 멀다. 주고 받은 금원이 단순한 마케팅 대행을 위한 것인지 음원 사재기를 위한 것인지 추가 증거로 밝혀내야 한다.
송 변호사는 "기획사와 브로커가 주고받은 보고문건(음원 상승 추이, 키워드 분석, 계정 개수 등이 포함된)을 확보한다 해도 일반적인 바이럴 마케팅과 구분되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대가성에 대한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린다면 혐의 입증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재기 정확 포착했다" vs "음원 테스트일 뿐"…결국은?
지난 8일 음원 사재기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민당이 가수 송하예의 '니 소식'이 연속으로 재생되고 있는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정민당은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의 홍보 대행사인 앤스타컴퍼니 관계자를 지목하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하기미디어 측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언급에 있어 변호사 선임 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받아쳤다. 홍보대행사인 앤스타컴퍼니는 "이미 5~6년 전 폐업한 회사로, 스트리밍 테스트를 위한 시연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앤스타컴퍼니는 "원본에는 수많은 가수들로 테스트하는 시연 장면이 있었으나 해당 부분만 유포 되어 음해가 되는 것이 유감스럽다"며 "영상은 사측이 직접 촬영했고 오해와 억측 생산을 막기 위해 비공개를 조건으로 몇몇 사람에게 공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쟁점은 '음원 사재기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이다. 송 변호사는 "기획사와 홍보대행사 간의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위해선 수많은 증거가 요구된다"라며 "조작과 관련한 사건은 대부분 내부고발로 알려진다. 내부사람이 아니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렌식 수사를 하면 사진을 찍은 사람과 이를 전달 받은 사람을 밝힐 수 있다"라며 "이들 사이에 '사재기를 위한 금품을 주고 받은 증거가 있다면 사재기 혐의가 입증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음원사재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