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엑시트' 뒤에 숨은 것
2020.01.20 16:41
수정 : 2020.01.20 16:54기사원문
건실한 프랜차이즈 업체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던 한 대표의 말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 이야기를 단골로 마주한다. 해마로 보유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에 넘긴 정 회장이 손에 쥔 돈을 어떻게 쓸지도 커다란 관심사다.
우선 500억원가량은 사모펀드에 재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투자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남은 1400억원은 어디로 갈까. 기자는 알지 못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협회장 취임식에서 지분 매각을 '엑시트'라고 표현했다. 이 한 단어가 그와 업계 관계자들이 프랜차이즈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다.
엑시트는 벤처스타트업계에서 유래한 말로, 창업가들이 사업을 안착시킨 뒤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걸 뜻한다. 창업가에게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니 도전적인 창업이 장려되고 자금이 신규창업에 재투자돼 전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문제는 벤처스타트업과 프랜차이즈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프랜차이즈는 창업에 드는 비용부터 실패의 책임까지 가맹점주가 감당한다.
또 프랜차이즈의 자산은 본사의 노하우와 시스템 외에도 가맹점의 양과 질까지를 포괄한다. 가맹점주의 유·무형 역량이 본사의 자산에 반영되는 구조다.
반면 본사 잘못이 가맹점으로 전이되기도 쉽다. 빅뱅 승리의 아오리라멘 사태가 대표적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성장해 자산 전부가 오롯이 제 것인 일반 벤처스타트업과 달리 봐야 하는 이유다.
자본이 선순환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엑시트'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계 전직 대표들의 행보가 그렇다. 2011년 모간스탠리 사모펀드에 놀부NBG를 1200억원에 넘긴 김순진 전 놀부 회장은 빌딩과 빌라 수채를 보유한 '갓물주'가 됐다. 놀부 이후 많은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이 뒤를 따랐다.
창업자가 지분을 처분하는 건 자유다. 엑시트 이후 행보 역시 그렇다. 하지만 자유와 책임은 다른 문제다. 프랜차이즈 업계 수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