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전염성·적응력 '2003년 사스' 초기와 비슷"
2020.01.21 18:09
수정 : 2020.01.21 21:36기사원문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후베이성에서 270명이 집계됐고 광둥성(14명), 베이징(5명), 상하이(2명)를 모두 합하면 291명에 이른다.
■'사스' 초기 단계와 닮아
우한 폐렴 문제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양상을 보이면서 투명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사람간 전염이 가능하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은폐 및 늑장 대처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홈페이지에 올린 21일자 공고문을 통해 우한 폐렴을 과거 사스와 같은 등급인 '을'류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최고 단계인 '갑'류에 준하는 확산방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위건위에서 고위급 전문가팀을 이끌고 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20일 중국중앙방송(CCTV)에 출연해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며 의료진뿐만 아니라 우한에 간 적이 없는 사람도 전염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한시에서만 15명의 의료진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2일까지만 하더라도 우한 폐렴이 지난 1일부터 폐쇄된 우한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시작됐고 사람 간 전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곧 입장을 바꿨다. 중국 매체 신경보에 의하면 WHO는 우한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감염 경로 파악에 나섰으며 22일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이번 질병이 국제적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지 평가할 예정이다. 홍콩대 비상전염병국가핵심연구소의 관이 소장은 현지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의 전염성과 적응력, 시작점 및 병원성은 과거 사스 바이러스 창궐 초기 단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스 대처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 및 세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는 37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3일 발표에서 중국 푸단대학교를 통해 공개된 우한 폐렴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분석 결과 '박쥐 유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상동성(유전자가 유사한 정도)이 89.1%라면서도 아직 사스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춘절 대이동에 확산 공포
중 원사는 인터뷰에서 "현재 우한 폐렴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며 "춘절(중국 설) 연휴(24~30일)를 맞아 이동량이 증가하면 감염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보도에서 이미 우한 내에서 12일 기준으로 1723명이 폐렴 의심 증상을 보였다며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확산 조짐은 이미 중국 밖에서 관찰되고 있다. 한국(1명) 뿐만 아니라 태국(2명)과 일본(1명)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21일 호주 보건당국은 최근 우한을 방문했던 호주 남성이 폐렴 증세를 보여 북동부 브리즈번 자택에서 격리 치료를 받으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18일부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3개 지역 국제공항의 검역을 강화했고 미 국립보건원(NIH)은 21일 우한 폐렴 백신 개발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가장 유력한 감염 예상지역인 홍콩은 아직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의심 환자만 106명으로 집계됐다. 홍콩 당국은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을 상대로 방역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