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학기 중 복직 불허" 경기도교육청... 교육부 이어 인권위도 시정권고

      2020.02.22 09:00   수정 : 2020.02.22 12: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내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씨는 1년 10개월째 육아휴직 중이다. 오랜 휴직으로 경제상황이 넉넉지 않아 지난해 12월부터 복직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거부했다. 내부 규정에 육아휴직 복직이 방학이 끝난 학기말에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이씨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육아휴직을 낸 교원에게 학기말에 복직하도록 강제해왔던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았다.
학기 중 복직을 허용토록 한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권고까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배되는 내부규정을 유지한 것을 시정토록 한 권고다.

경기도교육청은 권고를 받은 지 두 달이 되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권고 수용여부에 대한 응답기한은 내달 24일까지다.


■인권위 "학기말 복직 강제는 '고용상 차별'"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가 경기도교육청에 인사실무편람(중등)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 규정은 교원의 육아휴직 종료일을 ‘학기말’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행법이 금지하는 ‘고용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위원회는 결정문에서 ‘(경기도교육청이) 복직시기가 학기 중이라는 이유로 복직을 불허한 사건으로, 이는 다른 휴직과 달리 육아휴직자의 복직시기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진정인이 불리한 대우를 받은 것’이라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고용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권고는 경기도교육청 산하 중학교 교원 이모씨가 지난해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이씨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복직하길 원했지만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교육청은 인사실무편람을 근거로 들어 새로운 학기 시작에 맞춘 날짜로 복직을 허용하겠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인사실무편람 육아휴직 관련 규정에서 ‘휴직종료일은 학기말’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학교들은 교원의 육아휴직을 학기말에 맞추도록 강제해왔다.

교육청이 교원 육아휴직 복귀시기를 학기말로 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학기 중간에 담임이 교체되는 등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경기도교육청이 다른 청에 비해 많은 교원을 보유하고 있어 제도 변경으로 큰 부담이 예상된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 같은 주장을 △육아휴직 제도의 취지 △유독 육아휴직의 경우에만 학기말 복직을 강제하는 게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어 배척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교육청이 진정인인 교사 이씨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해 실시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대법원 판례·교육부 권고도 나홀로 '무시'
인권위 권고가 나온지 2달이 되도록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인권위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에 문의하자 “인권위 답변은 아직 기일이 남아있어서 결정되지 않았다”며 “(교육청이) 처음 가진 의지, 잡았던 방향을 법무팀하고 논의 중이어서 지금 어떻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이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 있다. 인권위 권고에 앞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권고가 있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규정을 현재까지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육아휴직의 기간을 제한하는 교육기관 장에 대해 ‘업무처리지침이 교육공무원의 육아휴직 종료일을 학기단위로만 허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교육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교원으로 하여금 원하는 경우 자유롭게 분할하여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대법원 2012두4852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2009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오모씨가 육아휴직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한 뒤 육아휴직을 출산휴가로 전환하고자 했지만 학교장이 거부하자 낸 소송에 대한 것이다. 해당 사건 역시 경기도교육청에서 불거진 문제였다.

기자가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역시 충격적이다. 현재 이들 모두가 육아휴직 복직을 학기말로 강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4년까지는 부산·대구·경남·전남·전북 5개 교육청도 관련 규정을 갖고 있었으나, 판결 이후 자율적인 휴가 사용이 가능하도록 모두 수정한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의 의도와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권고 불수용해도 제재수단 없어

상위기관인 교육부 역시 경기도교육청에 해당 규정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 중앙고충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교육부 ‘교육공무원 인사실무’에 의거할 때 육아휴직기간을 ‘법정 휴직 기간 내에서 본인의 희망에 따른 기간’으로 정함이 원칙이란 점 △육아휴직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법령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점 △국가 출산장려정책과 반하는 점 등을 이유로 경기도교육청 내부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교사 이씨에 대한 육아휴직 연장 불가 처분도 취소하라고 함께 권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교육청이 교육부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도 처벌은 주어지지 않는다. 권고에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권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은 경기도교육청이 인권위 권고 역시 불수용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씨는 오는 3월 소속 학교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씨는 “교육청에서는 작년부터 한 번도 제게 제대로 된 해명이나 전화 한 통화도 해준 적이 없다”며 “1년 이상 장기휴직자인데다 방학까지도 한 달 이상 남았는데, (교육청이 개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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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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