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만큼 무서운 '그 입들'… 정치권 끊이지 않는 설화
2020.02.26 18:56
수정 : 2020.02.26 18:56기사원문
대구·경북지역 민심에 기름을 부은 '봉쇄조치' 발언의 당사자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고위 당정청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를 언급했다. 이후 서둘러 '지역 봉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타임지 분석을 인용하며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정쟁은 금물이며, 말 한마디도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 본인도 잦은 말실수로 여러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민주당 '1호 영입 인재'인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소개하면서 "최 교수 같은 경우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하더라.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을 내뱉었다.
또 "내 딸도 경력단절이 있었는데 뭘 열심히 안한다" "한국 남성들이 (결혼할 때)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한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말실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구 방문 일정 중 "1980년도에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그래서 학교가 휴교됐었다"며 역사 인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난이 거세지자 황 대표는 "80년도에 대학 4학년이었을 때의 시점을 생각한 것"이라며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 없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여야는 일단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말실수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로 총선판도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각 의원들에게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정부 정책과 연관된 분야에 대해 신중하게 발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언으로 고정 지지층에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상대당의 거센 공격을 받아 중도층의 민심 이반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비하 발언으로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 여파로 당초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던 상황이었지만 과반을 약간 넘기는 데 그쳤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16년이 지난 오늘도 정치인의 혀 끝에 수많은 표가 오가는 건 마찬가지"라며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후보들의 입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