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없음" 과도한 긴급재난문자 발송.."피로감 호소"
2020.03.16 13:37
수정 : 2020.03.16 13: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지난달 28일 서울 강변북로를 따라 운전을 하던 김모씨(34)는 운전 도중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라 사고가 날 뻔 했다. 강남구부터 성동구, 용산구를 거쳐 마포구까지 이동하는 30여분 동안 김씨가 받은 '코로나19 예방 집회금지' 긴급재난문자는 총 3통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잦아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며 민감도 마저 떨어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 없음' 또는 '손 씻기 생활화' 등 일상적인 내용의 재난문자 남발로, 정작 긴급재난문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변경하는 등 개선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루 긴급재난문자 356건 '최고치'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새 가장 많이 증가한 날은 지난달 27일로, 전날 대비 449명 급증했다. 이후 연일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긴급재난문자 발송 건수도 이날부터 지난 1일까지 총 1191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1월 한 달간 발송된 재난문자 134건 대비 8.9배 많은 수치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알람을 차단하는 시민들도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별 통일된 재난문자 운영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 단위에서 발송되는 긴급재난문자와 같은 내용의 자치구별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집회금지 안내' 문자를 발송한 이후 서울 송파구·관악구·마포구 등 일선 자치구가 또 다시 같은 내용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발송된 긴급재난문자 수는 총 356건으로 일일 재난문자 발송 최고치에 달했다.
긴급재난문자가 '긴급'한 내용이 아닌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확진자 없음' 또는 '손씻기 생활화' 등 일상적인 내용이 긴급재난문자로 전달되면서 '긴급문자'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는 올라가고 민감도는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일부 시민들은 남발되는 긴급재난 문자로 인한 피로감에 '긴급재난문자 차단'하기도 했다. 회사원 윤모씨(29)는 "확진자 없다는 내용이 긴급하게 전달할 재난문자인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의 심각성은 이해하지만 기침예절이나 손씻기 생활화같은 내용이 올 때면 너무 피로하다"고 호소했다.
■시민 반응 무뎌져 '차단'까지
이에 대해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긴급재난문자를 남발하는 것은 국민들의 심리적·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기보다 오히려 '양치기소년'과 같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긴급재난문자가 중요치 않게 느껴져 알람을 꺼두게 되면 차후에 정말 엄중하고 위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재난문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비껴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충북 청주시는 시민들의 재난문자 피로감 호소에 코로나19 관련 확진자 동선과 긴급 협조 사항 등만 제한적으로 송출하는 등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변경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