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20달러 무너진 WTI… "배럴당 10달러도 머지않았다"
2020.03.30 17:09
수정 : 2020.03.30 17:09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급감에다 산유국 간 유가경쟁 및 미국의 전략비축유 저장량 확대의 한계 등 유가를 떨어뜨릴 악재들이 산적했다. 주요 기관들은 유가 불확실성 고조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장 대비 배럴당 7.4% 내린 19.92달러에 거래돼 20달러 선을 내줬다. FT에 따르면 WTI가 20달러 아래에서 거래된 건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렌트유 5월물 가격도 오전 한때 배럴당 7.6% 떨어진 23.03달러로 200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FGE는 세계 전체 수요가 유례가 없었던 하루 2000만~2500만배럴, 즉 보통 하루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의 감소를 전망했다.
경제정보기관 IHS마킷 산하 오피스의 글로벌에너지이사인 톰 클로저는 각종 주민에 대한 통행제한 등으로 차량운행이 크게 감소하면서 미국의 석유소비 규모가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 시절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으로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는 석유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소비가 이미 지난해에 비해 20~40%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외에 러시아와 사우디 등의 공급전쟁까지 겹쳐 국제유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합의가 불발된 가운데 사우디는 다음달 산유량을 2월보다 27% 늘려 일일 1230만배럴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일부 외신은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균열이 간 OPEC+의 공조를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날 즉각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 화상회의에서 원유시장 안정을 압박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지만, 발표된 성명에서는 원유와 관련, 뚜렷한 언급이 빠졌다. 이 밖에 미국 에너지부의 전략비축유 매입계획이 예산 문제로 차질을 빚는 등 유가를 지지할 수 있을 만한 요인이 거의 없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날 "2009년만큼 나쁘거나 더 나쁜 침체에 진입했다는 게 지금 분명하다"고 말해 원유 수요가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더욱 커졌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비관론도 잇따랐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4분기 평균 WTI와 브렌트 전망치를 모두 배럴당 20달러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원유 수요가 일평균 80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며 이처럼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급감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은 또 "향후 6개월은 더욱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원유 시장에 공급이 넘쳐날 것"이라면서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단기적으로 10~15달러 범위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전문방송인 CNBC 역시 코로나19 확산과 유가전쟁이라는 이중고로 기름값이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