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정부 지원 '새발의 피'… 석달이상 버티기 힘들다

      2020.03.31 18:35   수정 : 2020.03.31 20:23기사원문
"생존이 위급한 환자에게 영양제를 놔준 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등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부는 자국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3월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각 선진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셧다운 위기에 놓인 자국 항공사에 대한 지원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세계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각 국적항공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탓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업계 피해규모를 2520억달러(309조5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미국 국회와 정부는 지난 27일 긴급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고, 자국 여객 항공사엔 보조금 250억달러(30조7000억원), 화물 항공사에겐 40억달러(4조9000억원), 협력업체엔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대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한다. 내년 1월 1일까지 항공운송과 항공연료에 부과되는 세금도 전액 면제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무이자 대출 기한을 연장해 주고 무한대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프랑스는 에어프랑스에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의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최대주주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 동의를 얻었고, 대만도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정부 대출을 실행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책은 '조족지혈'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수십조원 단위의 지원을 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의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는 수준이다. 여기에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 연기, 운수권 회수 유예 등에 그친다.

국내 항공사들은 매달 허리띠를 더 꽉 졸라매고 있다. 대표 국적사인 대한항공조차 4월부터 전 임원이 급여의 최대 50%를 반납한다. 아시아나도 임원 급여 60% 반납과 함께 직원 무급휴직 기간도 최대 15일까지 늘렸다.
3월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전세계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 탓에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항공사 채권 발행시 국책은행 지급 보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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