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왜 이발소만 가지고...' 아베·고이케 신경전의 '산물 '

      2020.04.13 13:05   수정 : 2020.04.13 14:19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난주 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휴업 요청 업종 리스트안에 이발소를 집어넣었다. 이발소는 좁은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 의한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아 휴업 대상이라는게 도쿄도의 입장이었다. 확정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이발소가 포함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7일 저녁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유독 그 많은 업종 가운데 이발소에 대해서 "이발소는 휴업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정적 생활 확보를 위해 계속해야 하는 서비스다"라고 꼭 찍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도쿄도지사가 휴업시키겠다는 판에 일국의 총리가 나서서 계속 영업할 것이라고 하니, 그 혼란은 '국민의 몫'. 바로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동네 이발소엔 전화가 빗발쳤다. 한 달간 이발소나 미용실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앞으로도 계속 영업하느냐, 예약 주문 전화가 쇄도했다.

이런 상태는 사흘이나 지속됐다. 10일이 돼서야 도쿄도의 휴업 업종 리스트가 발표됐고, 이발소는 결국 제외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간에 휴업 요청 업종 리스트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그 만큼 팽팽했음을 방증한다.

'이발소 사건'을 놓고, 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와 고이케 지사간 권력투쟁의 산물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일본의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이 펴내는 주간지 '주간 포스트'는 폭주하던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의 텃밭인 이발소를 건드린 것이란 주장을 제기했다. 고이케 지사가 휴업 점포에 대한 중앙 정부 차원의 보상을 촉구하면서 이발소를 그 지렛대로 삼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고이케 지사의 이발소 제외 방침에 가장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 아베 총리의 측근이자 인구관리를 담당하는 에토 세이이치 일억총활약상이었다고 한다. "이발소에 대한 규제는있을 수 없다." 이 매체는 에토 일억총활약상이 전국 47개 도도부현 이발사 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국 이용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고이케 지사의 협상 카운터 파트너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 역시 '고이케 리스트'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면, 그 수많은 업종 가운데 왜 이발소에 대해 아베 정권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느냐. 전국 이발소는 약 12만개, 미용실은 약 25만개로 미용업계는 산업분야로만 따지자면 결코 비중이 큰 것은 아니나, 그런대로 자민당 의원들의 쏠쏠한 지지기반이라는 것. 이발소 주인들은 과거부터 지역상점회 회원인 경우가 많고, 정치인들의 지역구 관리에 으레 이 상점회가 활용돼 왔다. 코이케의 이발소 휴업 요청 계획에 아베 총리와 자민당 의원들은 "우리들의 텃밭을 잡을 태세냐"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베 총리보다 먼저 나서서 긴급사태 선언을 촉구하는 한편,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란 시각물을 들고 나와 아베 정권의 무능을 부각시킨 고이케의 폭주에 아베 총리 측근그룹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고이케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다"며 바짝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2007년 아베 1차 내각 당시 첫 여성 방위대신에 오르기도 했던 고이케 지사. 도지사 선거 당시 자민당이 다른 후보를 밀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에 당선됐고, 이후 당을 창당했다.
그 뒤로 내내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 연일 번갈아가면서 경쟁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하는 등 코로나 정국에서 양자간 신경전이 날이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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