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청춘에게 "괜찮은가요?" 이동휘 ‘국도극장’
2020.05.26 09:25
수정 : 2020.05.26 09: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어떤 물건 또는 장소가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잃고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며 연명하는 것은 비루하고도 쓸쓸한 일일 것이다.
영화 ‘극도극장’의 배경이 되는 동명의 극장은 멀티플렉스의 화려함에 밀려 영화 상영관 본래의 기능을 잃고 관광지로 전락한 곳이다. 이 작품은 각박한 서울살이에 밀려 고향인 전남 보성군 벌교에 돌아온 주인공 기태(이동휘)가 고향에 있는 국도극장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법고시가 폐지되어 고시생이라는 타이틀마저 쓸 수 없게 된 기태는 고시를 포기하고 귀향한다. 유배지로 향하듯 돌아온 기태는 주변 사람들에게 “병든 어머니(신신애)를 돌보기 위해 잠깐 내려온 것”이라며 덧없는 핑계만 둘러댄다.
생계를 위해 낡은 재개봉관에서 일을 시작한 기태는 극장 관리인 오씨(이한위)와 가수 지망생이자 동창생 영은(이상희)을 만나며 고향에서의 새 삶을 시작한다.
5월말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앞둔 영화 ‘국도극장’은 지난해 개최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선정작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상, TV5MONDE상, JJIF(전주영상위원회)상, 푸르모디티상을 수상하며 당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을 연출한 전지희 감독은 혹독한 경쟁에서 뒤처져 낙향한 주인공 기태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배경으로 그의 처지와 닮은 국도극장을 선택한다. 기태는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과 만나고 헤어진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형과 그의 가족,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극장 관리인 오씨 그리고 가수 지망생인 동창생 영은 등이 그러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느릿느릿하게, 국도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태의 외롭고 고단한 일상이 펼쳐진다. 영화의 느린 리듬과 맞물려 기태의 현실은 탈출구가 없는 듯 답답하다.
영화의 라스트 신, 홀로 남겨진 기태가 국도극장 앞에 핀 꽃과 함께 셀카를 찍는다. 보도블록을 비집고 피어오른 꽃 한 송이는 전 감독이 영화에 심어놓은 가냘픈 희망으로 읽힌다. 스크린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배우 이한위와 신신애의 좋은 연기가 반갑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