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환자 몫"...간호사 없는 병원 상당수
2020.06.01 14:31
수정 : 2020.06.01 14: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각급 병원에서 간호사 자리를 간호조무사가 채우고 있다. 의원급 병원에선 간호인력 10명 중 간호사가 겨우 1명 정도에 불과하다. 간호사가 아예 없거나 파트타임으로만 근무하는 병원도 수두룩하다.
■의원 간호인력 10명 중 간호사는 단 1명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각급 의료기관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9년 기준 병원 67.7%, 요양병원 56.3%, 의원급 16.6%가 간호사였으나 지난해에는 병원 59.1%, 요양병원 45.9%, 의원 12.8%까지 떨어졌다.
떨어진 비율은 간호조무사가 차지했다. 2009년 병원 32.3%, 요양병원 43.7%, 의원 83.4%에서 2019년 각 40.9%, 54.1%, 87.2%로 늘었다. 의료기관 전반에서 간호조무사의 간호사 대체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간호조무사는 국가전문자격증을 취득해 간호사의 지도를 받아 간호보조와 진료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을 일컫는다.
대법원은 간호조무사가 내원한 환자에게 주사를 놓은 사례, 수술에 앞서 환자에게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투약하도록 한 사례, 눈썹이식수술에서 모낭을 삽입한 사례, 약품을 배합하고 밀봉한 사례 등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이 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점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시를 통해 입원환자 5인 이상을 수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에 법정 간호사의 절반 이내를 간호조무사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입원환자가 5인 미만인 경우에는 아예 100%를 간호조무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입원환자 5인 이하, 간호사 없어도 'OK'
의원급 병원 가운데선 간호사가 아예 근무하지 않는 곳도 여럿이다.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의 경우도 이 같은 환경에서 발생했다. 경찰조사 결과 권씨가 수술 받던 당시 이 병원 의료진은 동시에 수술 3건을 진행하느라 수술실을 오갔고, 간호조무사가 홀로 권씨를 지혈한 시간만 35분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 간호조무사들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회복실로 올라가지 못한 권씨를 앞에 두고 화장을 고치고 휴대폰을 보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권씨는 이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49일 만에 숨졌다.
이 밖에 △2015년 서울 양천구 D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 간염자가 집단 발병한 사례 △2016년 강원 원주시 H의원과 2017년 서울 서초구 P의원 등에서 주사와 수액 감염관리에 실패해 대규모 ‘감염사고’가 발생한 사례 △2018년 강원 속초시 한 의원에서 무균조제 원칙을 지키지 않은 통증주사를 맞고 환자가 사망한 사례 등 간호조무사의 부적합한 의료행위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여럿이다.
민감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병원이라도 입원환자 5인 이하를 수용하는 경우엔 간호인력을 전원 간호조무사로 채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의료계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교육과 임상경험을 쌓은 간호사가 필요한 현장에 간호조무사들만 투입하게 되면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