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은 사람은 없다" 日 군함도 등 역사왜곡 전시관 개관
2020.06.14 20:30
수정 : 2020.06.14 21:31기사원문
【 도쿄=조은효 특파원】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에 대한 왜곡된 내용을 담은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가 15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특파원단은 이에 하루 앞선 14일 도쿄도 신주쿠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마련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했다.
특파원단 취재 결과, 1078㎡규모의 전시실 어디에도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리는 조처를 취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자국의 근대 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했다.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가 담긴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유네스코 측에 징용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철강,조선, 탄광 등 23개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2015년 7월)을 받았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는 전시물들을 대거 설치했다. 이날 가토 고코 센터장은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물이 어디있느냐"는 특파원단의 질문에 "희생자란, 당시 상황의 희생자들로 조선사람, 대만인, 일본인 등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학대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센터 측은 일제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의 대표적인 장소인 하시마(일명 군함도)탄광을 소개하면서는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씨는 동영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변했고, '조선인을 채찍을 때렸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일을 시켜야 하는데 왜 때리겠냐. 그런 것 없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일제는 산업혁명 유산 중 군함도를 비롯해 야하타제철소, 나가사키조선소, 다카시마와 미이케탄광 등에 한국인(조선인) 3만3400명을 강제 동원했다. 특히 군함도에서는 1943년부터 1945년까지 500∼8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했고,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역사적 정설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반론을 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과거의 사실을 덮는 역사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한반도 출신자들이 강제로 일했다는 사실을 일본이 성의 있게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며 "일본 정부의 이번 대응은 매우 불성실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