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특수고용직, 지원금 받아도 무거운 발걸음
2020.06.25 16:36
수정 : 2020.06.25 16:36기사원문
"요즘 돈 만원 벌기가 얼마나 힘든데 150만원이면 크죠."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서부센터)에서 60대 추모씨가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하며 안도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용산구 후암동에서 작은 백반집을 운영하는 추씨는 매출이 떨어져 일반사업자(연매출 4800만원 이상)에서 간이사업자(연매출 4800만 미만)으로 전환됐다. 추씨는 "새벽같이 시장 가서 장보고 하루 종일 장사해도 한달 150만원 벌기 힘든 요즘"이라고 말했다.
고용지원금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접수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150만원이 적지 않은 돈이지만 누적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부터 코로나19로 소득·매출이 감소해 경영난을 겪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를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현장 접수를 받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7년간 헬스 강사로 근무한 40대 최씨는 "지원금이 나오는 대로 꼬박꼬박 신청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있는데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체육센터 휴관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직업을 선택한 걸 이렇게 후회해보기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최대 220만명에 이른다. 특수고용직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대표 직업군으로 방과후 교사, 보험 설계사, 화물차주 등이 꼽힌다.
이들 중 방과후 교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모든 수입이 끊긴 상태다. 지난달부터 고3학생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순차시행됐지만 방과후 수업은 개설되지 않았다. 문제는 1학기에 이어 2학기 수업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추이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2학기 수업 개설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15년 동안 방과후 교사로 근무했다는 김모씨는 "2학기 수업이 없다고 확정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이직을 생각할텐데 당장 정해진 게 없으니 희망을 못 버리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소강되기를 바라며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동료가 많다"라고 말했다.
화물업 종사자들은 고용안정지원금마저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고용안정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올해 3~4월을 기준으로 소득이나 매출이 비교대상 기간보다 일정 비율 감소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화물업계는 업계 특성상 운송료가 30일에서 길게는 90일까지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코로나19로 타격입기 전인 12월~1월 수입이 지원금 지급 기준인 3~4월에 수입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소득이 줄었어도 3~4월 수입이 높아 고용안전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화물차를 30년간 운행했다는 안모씨(57)는 "화물업은 본인 소유의 화물차가 있어야 근무할 수 있어서 종사자 대부분이 장기간 할부를 끼고 화물차를 산다"라며 "갚아야 할 화물차 할부금만 월 300~400만원이 기본인데 소득이 줄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