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트러블'이 된 日 '트래블 장려책'

      2020.07.21 16:01   수정 : 2020.07.21 16:01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의 여행 장려책인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이 정책 수정과 번복으로 아베 정권의 '트러블'이 되고 있다.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은 21일 도쿄 거주자들에 대한 여행 보조금 제외 조치로 발생한 숙박시설 등의 취소 위약금을 일본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엔 취소 위약금을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여론의 비판을 받아 결국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오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총 예산 1조3500억엔(약 15조원)규모의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은 여행경비의 최대 50%까지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책이다. 내수진작을 위한 통 큰 마중물 정책인 셈이다.
1박당 2만엔(약 22만원)이 지급되며 4인 가족의 경우 8만엔(88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달들어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뚜렷한 재확산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의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17일 293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23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행 장려책이 전국적인 재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책 취소와 연기 요구가 빗발쳤다. 그대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시행 엿새 전인 지난 16일 '도쿄만 제외하겠다'며 급거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도쿄에서 출발하거나, 도쿄를 목적지로 하는 경우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인데, 그러자 이번엔 고 투 트래블 정책만 믿고 미리 숙박,항공 등의 예약을 마친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 왜 도쿄 거주민들만 차별하느냐", "도쿄만 막아서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은 예상치 못한 곳까지 비화됐다. "예약 취소 위약금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논란이 촉발됐다. 도쿄에서 출발하거나 목적지로 했던 예약건들이 취소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위약금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대응했으나, 비판에 거세지자 결국 이날 "위약금까지 일본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아베 정부의 조변석개(계획이나 결정을 자주 고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구당 30만엔(약 330만원)을 상한으로 하는 선별적 현금급부정책(재난지원금)도 당초 국무회의(각의)까지 통과해서 국회 제출됐다가 다시 전국민 1인당 10만엔(약 112만원)정책으로 급히 변경됐다.
마스크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전국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서둘러 추진하다가 불량 마스크가 대거 발견돼 배포를 일시 중단하고 재검품하느라 배포가 지연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아베 정권의 위기대응 능력이 연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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