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이번주 본회의 개최… 민노총 빼고 노사정 대화 진행

      2020.07.26 18:24   수정 : 2020.07.26 18:24기사원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행부의 전격 사퇴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타협안이 부결된 데 이어 김명환 위원장 등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향후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민주노총은 27일 사퇴한 집행부를 대신해 조직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내부갈등을 수습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민노총의 내분 격화는 곧바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 당장 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주체들을 중심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나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노사정 합의문에 머물 것이란 지적이다.


■고립 자초한 민노총…내부갈등 격화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노사정 대타협안 승인 안건을 투표에 부쳐 대의원 1479명 중 1311명이 참여한 가운데 부결시켰다. 찬성은 499명(38.27%), 반대 805명(61.73%), 무효 7명이었다. 민주노총 각 조직을 대표하는 대의원 스스로 장외로 돌아가기를 선택한 것이다. 대의원은 조합원 500명당 1명씩 선출된다.

2017년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건 김명환 위원장을 당선시킨 대의원들이 3년 만에 돌아선 데는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중시하는 '노조 DNA'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합의 반대파는 표결에 앞서 잠정안 가운데 4가지 항목을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근로단축·휴업·휴직 시 노동계 협력 △휴업수당 감액신청 신속승인 제도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도입에 당사자 의견수렴 △경사노위(민주노총 불참 중)에서 합의 이행·점검 조항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건 기업이 고용유지를 명목으로 근로단축과 휴직 등을 강요할 때 노조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부분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정리해고제와 파견제가 비정규직과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양산해 한국 노동자의 지위를 열악하게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노사정 합의안은 지난 5월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 위원장 주도로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마련됐지만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노총 내 강경파 입김에 폐기됐다는 점에서 향후 조직 내 갈등이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차례 회의가 사실상 파행된 점은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임시대의원회의를 앞두고 토론문과 질의문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의에서 대의원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대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고립되며 표결에서 패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민주노총은 27일 사퇴한 집행부를 대신해 조직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앙집행위원회가 위촉하고 중앙위원회가 인준하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코로나19 국면으로 노동계 주요 이슈가 거듭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오는 12월로 예정된 차기 위원장 선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행부 사퇴로 불거진 민주노총 내 갈등이 전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사정 합의안 반쪽짜리 우려

민노총 내분 심화로 노사정 합의안도 잘해봐야 반쪽짜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당정이 잠정 합의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국민취업지원제 시행 등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대타협안을 민주노총 동의 없이 진행할 태세다. 22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에 참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던 민주노총이 끝내 잠정안 승인을 부결한 데 따른 것이다. 민노총이 27일 조직을 당분간 이끌 비대위 구성에 들어가는 동시에 내부갈등이 심화될 경우 분초를 다투는 노사정 합의 논의에 다시 들어올 여지도 좁아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비대위에 이어 신임 집행부가 연내 선출되더라도 민노총의 사회적 대화 재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정부는 빠르면 이번주부터 노사정 공식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본회의를 열고 민노총이 빠진 노사정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기존 노사정 합의안을 모두 이행하진 못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속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더라도 제1 노총인 민주노총이 빠진 노사정 합의문이라는 점에서 미완성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pen@fnnews.com 김성호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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