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아픔 어루만지는 여인네들의 꽃놀이
2020.08.03 16:34
수정 : 2020.08.03 18:37기사원문
'3월의 눈'(2011년), '1945'(2017년) 등의 작품을 통해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온 배삼식 작가의 신작. 2017년 국립극단 초연작 '1945'에서 해방 직후 귀국행 기차를 기다리던 만주 조선인들의 삶을 포착했다면 이번엔 한국전쟁을 목전에 둔 경북 안동 여인네들의 꽃놀이를 그린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국립극단이 창단된 1940년 4월, 한국전쟁을 코앞에 둔 혼란의 시기.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살던 9명의 여인이 환갑잔치 대신에 화전놀이를 떠나기로 하면서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씨와 그녀의 세 딸과 며느리, 행랑어멈과 그녀의 딸 등이 오랜만에 만나 맛있는 것을 나눠먹으며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는다. 별다를 것 없는 대화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독립운동에 몸 바친 김씨 남편과 아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딸의 남편 이야기가 펼쳐지며 한국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배 작가는 "기존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의 입장에서 역사 이면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하고 예수정, 전국향, 김정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1950년대 낭만을 담은 의상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한복디자이너 김영진이 작업했다. 공연은 6~2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