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된 베이루트, 결국 인재였나…들끓는 레바논 민심
2020.08.06 14:45
수정 : 2020.08.06 15: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참사의 원인이 항구 창고에 수년간 방치된 고위험성 폭발물 질산암모늄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레바논 시민들의 분노가 당국을 향하고 있다. 경제난과 부패 등으로 가뜩이나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레바논 정부가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고에 무게…레바논 시민사회도 폭발
5일(현지시간) CNN은 자체 입수한 레바논 정부 문서를 토대로 레바논 당국이 여러차례 나온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안전조치 없이 베이루트항에 질산암모늄 2750톤을 보관했다고 보도했다.
폭발 6개월 직전엔 질산암모늄을 옮기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고 한다.
질산암모늄은 일반적으로 비료 용도로 쓰이지만 폭탄 제조 등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보관과 사용 과정에서 고도의 안전 조치가 필요하지만, 레바논 당국은 민가와 인접한 항구에 이를 방치했다.
인재(人災)로 굳어지는 폭발 원인에 레바논 시민들은 정권에 분노하고 있다. 폭발의 충격이 가라앉자 일부 시민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은 "왜 무고한 사람들이 쓸모없는 지도층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참사 이후에도 레바논 당국은 뚜렷한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폭발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질산암모늄 폭발로 인한 유해가스 배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부상자들도 사실상 방치돼 현지 매체들은 '아마겟돈'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의료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베이루트 전역에서 코로나19 검사도 중단됐다.
■피해 최대 18조원…정권 붕괴하나
이번 폭발은 오랜 내전과 전쟁, 정치불안과 테러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레바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레바논 최대 항구인 베이루트항이 거의 다 파괴되면서 항구를 이용한 교역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정부 부패와 실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당시 총리였던 사드 하리리가 물러난 바 있다.
지난 1월 하산 디아브 내각이 출범했지만 코로나19와 금융위기로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치솟는 등 경제난이 고조되자 지난 4월부터 다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요 식량의 가격이 109% 상승한 가운데 이번 폭발로 레바논내 곡물 상당량이 저장된 저장고가 폭발하면서 식량난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미 CNBC에 따르면 리스크 컨설팅 기관인 유라시아그룹은 "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대중들이 더 이상 정부의 관리 능력을 믿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이 현 정부의 붕괴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일 발생한 이번 폭발로 최소 135명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다쳤다. 실종자도 수십명이다. 이재민 수는 약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적 손실은 100억(약 12조원)~150억달러(18조원)로 나타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