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한달…진전 없는 경찰 수사

      2020.08.08 10:44   수정 : 2020.08.08 10: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오는 10일로 한달이 되지만 성추행 방조 의혹 등에 대한 경찰수사는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중단됐고 서울시 관계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이 대립하는 등 난항이 이어져서다.

8일 현재 경찰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 수사는 두 장애물을 만났다.

먼저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 조사를 위해 진행 중이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이 잠정 중지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과 관련 피해자와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간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점이다.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집행정지
서울 성북경찰서는 박 전 시장 변사사건 수사와 관련, 참고인 조사에 이어 박 전 시장 사망 지점에서 발견된 아이폰을 디지털 포렌식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지난달 24일 법원에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한 준항고(재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와 이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작업을 중단해야한다는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포렌식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했고, 이에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포렌식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휴대전화는 법원이 준항고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경찰청에서 봉인된 상태로 보관될 예정이다. 경찰은 우선 준항고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원순 추행 방조' 의혹…엇갈리는 진술
박 전 시장 관련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들의 진술도 피해자측과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의혹과 관련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은 서울경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중이다. 서울시 비서실 전현직 관계자들은 경찰에 출석해 A씨가 부서 변경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비서실에서 먼저 인사이동을 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A씨 측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4년간 20여명의 전현직 관계자에게 성추행 의혹을 털어놓고 전보요청을 했으나 승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회유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술이 엇갈리다보니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관련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한 거짓말탐지기 적용과 대질신문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질신문은 당사자의 의사가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A씨는 대질신문을 할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고 한다. 참고인들 중에서도 대질신문 수용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현재 정신적 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들어 경찰은 전문가들에게 A씨 대질신문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A씨와 진술이 다른 참고인들 중 일부에 한해 거짓말탐지기를 통한 참고인 조사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박 전 시장 핵심 참모인 이른바 '6층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차원의 직권조사도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 관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의결했다.
인권위 차원 조사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 측의 피해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 등에 대해 이뤄질 예정이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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