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저자 허락없이 식약처에 임상연구 논문 제출, 저작권법 위반”

      2020.08.16 09:00   수정 : 2020.08.16 09: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을 받기 위해 인터넷에서 논문을 내려받아 저자의 허락 없이 보건당국에 제출했다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영리 목적이 아니고, 고소기간이 지나 고소가 이뤄졌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와 S사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S사 연구소 부소장인 오씨는 들장미 열매로 허브의 일종인 로즈힙을 수입, 로즈힙 분말을 제조하기 위해 201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회사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씨가 ‘로즈힙 종자와 껍질 분말의 무릎과 골반 골관절염 증상 개선 효과에 관한 임상실험’이란 임상연구 논문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 복제한 뒤 첨부해 식약처에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논문은 덴마크의 로즈힙 원료를 생산업체인 H사가 현지 K교수 등에게 연구 용역을 줘 작성된 것으로서, 2005년 류마티스에 관한 덴마크 학술지인 스칸디나비안 저널에 게재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K교수는 H사에, H사는 다시 한국 독점 총대리점인 J사에 고소권을 위임했다. 이후 검찰은 오씨가 논문의 저작권자인 K씨와 논문이 게재된 스칸디나비안 저널 등의 사용 허락 없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오씨와 S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를 고소가 있어야 형사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다. 다만 예외적으로 ‘영리 목적’의 저작재산권 복제 등 행위는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1심은 “사용료를 지급한 후 열람 및 복사하지 않고 임의로 이 사건 논문을 업무상 이용한 잘못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들이 논문 전체를 복제해 제출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비친고죄 대상이 되는 ‘직접적인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K교수 고소는 고소기간 6개월이 도과됐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반면 2심은 “S사가 칠레산 로즈힙을 수입.제조한 로즈힙 분말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로 인정받을 경우 이 분말을 원료로 사용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할 수 있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며 ”피고인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 침해행위를 한 것으로 비친고죄로 봐야 한다“며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1심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366조를 근거로 “원심으로서는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본안에 들어가 심리할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법원에 환송했어야 했다”며 1심이 2심 취지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366조는 ‘공소기각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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