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 이후엔 물량 터진다.. 기사노조 "본사 차원 제도 나와야"

      2020.08.17 17:03   수정 : 2020.08.17 17:47기사원문


국내 택배산업이 시작된지 28년만에 실시됐던 '택배 없는 날'을 두고 택배기사들의 휴식 차원에서는 성공했지만 업무 과부화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 등 택배 4개사와 우체국에 속한 택배기사들 약 4만여명은 최장 4일간 휴식을 취했다.



1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 없는 날 이후 약 4일간 쌓인 택배 배송이 오는 18~19일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명절이 끝난 후 택배 물량이 쌓이는 것처럼 휴가가 끝난 뒤 산적한 택배 물량은 평소보다 두배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 연휴 기간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온라인으로 생필품 등을 주문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부화가 극심해졌다. 택배 기사들은 택배 물량으로 나눠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나눠져있기 때문에 미배송 물량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한 택배 기사는 "택배 없는 날은 택배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연휴 기간 쌓인 물량을 처리해야 해 마냥 좋지만은 않다"면서 "택배 기사들의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이 12~16시간이 넘는데다 아파도 병원에도 들릴 수 없는 현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택배 본사 차원에서 택배 기사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측 관계자는 "매일 CS(고객만족)점수를 관리해야 하고 배달 시간도 지켜야 하는 등 기사의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는 본사 방침이 너무나도 많다"면서 "정부와 본사 차원에서 기사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동·대신택배 등 소규모 택배사에 속한 택배 기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되지 못했다. 약 1만여명의 소규모 택배사 기사들은 택배의 날에도 어김없이 배송업무를 해야 했다. 내년 택배의 날에는 이들의 휴가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택배 없는 날에 쉬지 않은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전자상거래에 속한 기사들의 처우가 주목받았다. 그들은 택배 기사들과 달리 직접 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다. 365일 택배 서비스 제공 및 새벽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인력공백없는 교대 및 주5일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택배 없는 날을 계기로 택배 기사들의 노고를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는 점은 성공적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각종 쇼핑몰은 택배 기사를 응원하는 팝업 창을 띄어놓았다.
시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늦어도 괜찮습니다" "택배 기사님들 편히 쉬고 오세요" 등 응원 메세지를 올리기도 했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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