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2020.08.17 17:10   수정 : 2020.08.17 17:10기사원문
"나는 도도새다." 가정교사 지섭의 이 말에 윤호는 이렇게 근사한 말은 이제껏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어떤 새냐는 물음에 지섭이 해준 대답. "십칠세기 말까지 인도양 모리티우스섬에 살았던 새야. 그 새는 날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날개가 퇴화됐지. 나중엔 날 수가 없게 돼 모조리 잡혀 멸종당해." 작가 조세희의 1970년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속 '우주여행'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우리나라 제주도 크기의 나라 모리셔스(Mauritius). 작가가 언급한 대로 도도새의 출생지로 유명한 섬이다. 16세기 초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발을 디뎠고, 그 후 섬은 네덜란드 식민지로 편입됐다가 다시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모리셔스 국명은 네덜란드 공작 마우리츠(Maurits)의 이름에서 따왔다.

'도도(dodo)'는 포르투갈어로, 바보를 뜻한다. 포르투갈 뱃사람들은 날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이곳 새를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영롱한 빛의 도도새는 잡히고 나면 절식으로 자결하는가 하면 짝을 잃은 후엔 한곳만 바라보다 생을 마감해 지조 높은 새로 분류된다. 선원들이 데리고 온 외래종의 습격으로 1681년쯤 멸종됐다는 기록이 있다.

모리셔스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사랑했던 섬으로도 명성이 높다. 노년의 트웨인은 아내와 함께 이곳을 들렀다가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후 천국을 만들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모리셔스 해역에 좌초돼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일본 선박이 결국 두 동강 났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일본 해운사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이다.
사고 후 새어나온 1000여t의 원유로 지상낙원이던 바다는 죽음의 빛깔로 뒤덮이고 있다. 모리셔스는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나 전문가들은 피해 복원에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앙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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