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밀어 여는 북한 담배 '려명'…"노동당 간부 애장품"
2020.09.01 07:00
수정 : 2020.09.01 10:19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즐겨 피운다고 알려진 '려명' 담배는 디자인에서부터 색다르다. 담뱃갑을 옆으로 밀어서 여는 '사이드 슬라이드' 방식과 함께 자석·금박지 등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통생통사 강동완 TV'를 통해 북한의 고급 담배인 려명 담배를 소개했다.
려명 담배는 총 3종류로 나눠진다. 평양룡봉담배공장에서는 옆으로 여는 방식의 금색 담뱃갑과 상단을 열 수 있는 빨간색 담뱃갑에 담긴 려명 담배 2종류를 제작한다. 또 룡봉담배회사에서는 어두운 갈색 담뱃갑에 든 려명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이중 북한 간부들의 애장품으로 알려진 제품은 사이드 슬라이드 방식의 금색 려명 담배다.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며 타르는 6㎎이다.
강 교수는 해당 금색 려명 담배를 두고 "광명·고향·묘향 담배 등과 함께 북한에서 뇌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담배"라며 "저렴한 대동강 담배를 피우던 간부가 중앙당 간부회의에 참석할 때는 체면을 위해 려명 담배를 꽂고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빨간색 담뱃갑에 담긴 려명 담배는 금색 려명 담배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타르가 12㎎에 달하는 독한 담배로 일반 담배와 유사하게 상단을 여는 방식으로 돼 있어 려명 담배 중 디자인이 가장 평범하다.
금색과 빨간색 려명 담뱃갑에는 산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양의 마크가 찍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문구도 담뱃갑에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룡봉담배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어두운 갈색 담뱃갑 려명 담배는 3종류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됐다. 타르 함량은 10㎎이다.
해당 담배는 담뱃갑이 반으로 갈라지 듯 열리는 것이 특징이며 담뱃갑 안에는 금박지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해당 담배의 보루 곽은 이중 코팅 처리가 돼 있으며 자석으로 여닫을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려명 담배에는 '려과담배'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데 이는 '여과솜이 달린 담배'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필터 담배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3종류 모두 담뱃갑을 통해 필터 속 알갱이를 부각하고 있어 필터를 신경 써서 만든 담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필터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지 않아 해당 필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담배 이름인 려명은 평양의 려명 거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해당 거리의 준공식이 열렸으며 화려한 외관으로 김 위원장의 성과를 자랑하는 대표적 선전지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명품 거리와 고급 담배에 려명이라는 명칭을 함께 활용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대내외에 체제를 선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간부, 주민들의 담배 사랑과는 별개로 금연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담배통제법을 개정해 담배 수입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공공장소와 건물 등에서 흡연 금지구역을 확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