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문자' 논란..野 "청와대 포털 좌지우지 현실로"
2020.09.08 20:12
수정 : 2020.09.08 20: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네이버 부사장 출신이자,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이 카카오 포털사이트 메인에 반영된 것에 대해 '압박성 메시지'를 지인과 나눈 것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포털을 청와대와 여당이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며 과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소환시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윤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이 촬영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윤 의원실 보좌진들은 해당 사이트 화면 사진을 올린 후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윤 의원은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답했다.
윤 의원의 발언은 뉴스 편집에 압박을 넣으려는 의도로 보여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의원이 네이버 임원 출신인 만큼, 네이버와 함께 양대 포털 업체인 카카오를 향한 발언이어서 파장은 더욱 클 전망이다.
이날 오후 논란이 확산되는 도중, 윤 의원이 소속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는 야당의 반발 속에 정회되기도 했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 이건 한두번 한 솜씨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포털에) 작용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왜 청와대에서 (윤 의원을) 국회로 보냈는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여론 조작을 비판해왔는데, 작년에도 드루킹, 조국 관련 힘내세요 라든지, 실검 댓글 조작이라든지, 뉴스 깜깜이 배열이라든지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었다"며 "이제 한 껍질이 벗겨졌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위원장 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급하게 정회를 선언했고, 30여분 후 속개된 과방위 회의에서 윤 의원은 해명에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낙연 대표 때와 다르게) 주 원내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카카오) 메인에 전문까지 붙어서 기사가 나왔다.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생각했다”며 “이미 예고된 여야 대표 연설에 왜 차이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도 즉시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 대한 갑질이자 포털장악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재차 공세하며 "윤 의원의 명명백백한 사과가 없으면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윤영찬 의원의 사보임 조치, 법적 조치 등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이제는 포털에도 재갈을 물리려하는가"라며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최고 기업 '카카오'를 국회에 초치하는 서슬 퍼런 민주당의 이면을 봤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제1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마저 참지 못하고, 어렵게 쌓은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를 뿌리째 흔드는 '공포정치' 민주당"이라며 "윤 의원의 문자 대화 상대는 누구였는가. 민주당은 포털 외압의 실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