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명이 1만2000대로…이런 나눗셈이 가능했다, 마이카시대 끝낸 쏘카

      2020.09.09 16:44   수정 : 2020.09.09 17:19기사원문

승승장구하던 차량공유 시장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유경제, 특히 차량공유는 코로나19로 끝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이 이동을 완전히 멈추지 않는 이상 차량공유 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가 차량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투자하고, 소프트뱅크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차량공유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모빌리티에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삼정KPMG가 내놓은 '모빌리티 비즈니스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2040년 3조3000억달러(약 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쏘카패스(구독), 쏘카비즈니스(업무차량), 쏘카페어링(장기 차량공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차량공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쏘카를 통해 차량공유 시대를 진단해본다.

지난 2011년 겨울, 쏘카는 제주도에서 단 100대의 차량으로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주도의 비수기에 렌터카 업체는 차량 몇 백대를 주차창에 방치했다. 쏘카 창업주 김지만 대표는 이런 사회적 낭비를 해결하고 싶었다. '방치된 차로 시간을 쪼개 공유하면 어떨까'. 김 대표가 쏘카로 차량공유 불모지인 한국에서 사업을 결심한 이유다. 대중교통 부족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던 제주도 주민 사이에서 하루 24시간이 아닌 30분부터 차량을 공유(사용)할 수 있는 쏘카 인지도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쏘카는 지난 2013년 서울시 차량공유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서울에 진출하며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듬해 쏘카는 설립 2년 만에 경쟁사 그린카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벤처 DNA'로 무장한 쏘카가 대기업 자회사를 앞지른 것이다.

2014년 1800대에 불과했던 쏘카 차량대수는 지난 2018년 1만대를 넘었다. 쏘카 가입자 수도 같은 시간 50만명에서 460만명으로 늘었다. 현재 차량 운영대수는 1만2000대다. 쏘카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차량공유 패러다임을 국내에 확산시키면서 자회사 VCNC에서 타다프리미엄·타다 가맹택시(택시모빌리티), 투자사 라이드플럭스에서 자율주행 기술, 투자사 일레클에서는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차량소유→차량공유 패러다임 '전환'


9일 쏘카에 따르면 지난 7월 가입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서며 운전면허를 가진 국민 5명 중 1명이 쏘카 가입자가 됐다. 국내에도 차량공유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실제 쏘카의 핵심 이용자층인 20대와 30대는 더 이상 차를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산업협회가 조사한 '2019 자동차 신규 등록 현황'을 보면 국내 자동차 최대 판매 연령대가 지난 2010년 30대(24.4%)에서 2015년 40대(21.8%), 2019년 50대(19.6%)로 높아지고 있다.

한때 20대 전유물로 불린 차랑공유 서비스의 이용자 연령대도 전 세대로 확대되고 있다. 쏘카 이용자 중 40대 비중은 약 16%, 50대 이상도 약 8%다. 이제 40·50대가 쏘카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쏘카 회원 평균연령도 지난 2016년 27.3세에서 올해 30.4세가 됐다. 한 50대 이용자는 "국내여행을 갈 때 더 이상 자차를 몰지 않고 KTX를 타고 역 근처 쏘카존에서 쏘카를 빌린다"면서 "비용 측면에서 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쏘카 1건당 평균 이용시간도 같은 기간 4.91시간에서 9.35시간으로 4년 만에 약 90.5% 증가했다. 쏘카를 여행, 출장 등 일상 전반 이동에서 사용하면서 평균 이용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쏘카는 장거리 여행과 출장 수요를 겨냥해 KTX역, 버스터미널, 공항 등 교통거점 근처에 쏘카존 300여개를 운영 중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도 차량공유 시대를 예견하며 지난 2011년 사회적 벤처투자사 소풍(SOPOONG)을 통해 쏘카에 초기 투자했다. 소풍은 현재 쏘카 3대 주주다. 이 전 대표는 대표 복귀 후 강연과 인터뷰, 기자간담회에서 한결같이 쏘카는 차량을 공유로 바꾸려는 비전이 있는 회사로 정의했다. 그는 "차량 소유는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소유 중심의 차량 문화를 공유 중심으로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쏘카가 서비스하는 차량으로 10만여대에서 최대 15만대의 차량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욱 현 쏘카 대표도 지난 3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세계 트렌드를 보면 사용자가 소유차량 시대를 끝내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면서 "소유차량시대에서 공유차량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VCNC 품은 쏘카 '퀀텀점프'


쏘카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고속성장했다. 쏘카의 과감한 사업 확장전략이 통하면서 2014년 약 147억원이던 쏘카 매출은 지난 2018년 약 159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쏘카 매출은 자회사 VCNC를 합해 약 25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소프트뱅크가 우버·그랩·디디추싱·올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한국이 승차공유 시장에서 '갈라파고스 섬'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이 전 대표가 쏘카 경영자로 복귀했다. 다음 창업자 이 대표의 첫 행보는 데이터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한 것이었다. VCNC 창업자가 박재욱 현 쏘카 대표로. 그는 3개월 만에 기사 포함 렌터카 '타다 베이직'을 출시하며 한국형 승차공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다만 지난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타다 베이직은 좌초했다.

하지만 VCNC를 품은 쏘카는 2년간 체질개선을 통해 퀀텀점프를 앞두고 있다. 우수한 데이터 개발자가 포진한 VCNC가 쏘카 데이터를 분석, '차량가동률'을 높이고 이용자를 확보하는 서비스 고도화나 신규 서비스 개발에 연이어 성공한 것이다. 쏘카 관계자는 "VCNC 인수합병 후 쏘카 연구개발 인력이 2배 이상 확대됐다"면서 "카셰어링 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하면서 IT기업 정체성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쏘카 차량을 주말에 많이 이용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법인 전용 맞춤형 상품 '쏘카 비즈니스'를 출시했다. 이후 기업고객이 1만7000여곳에서 지난 7월 2만4000여곳까지 늘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기업이 법인차량 대신 쏘카 비즈니스를 선택하면서 쏘카 비즈니스 올해 1~7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정식 출시한 '쏘카패스'로는 공유경제 속에서 구독경제가 싹틀 수 있는 가능성도 보였다. 쏘카패스는 월 4900원에서 7만7000원을 내면 차량 대여료 50%를 할인하는 구독서비스다. 쏘카패스는 출시 약 1년 반 만에 구독자 3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쏘카패스 이용자 수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약 12만명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쏘카 매출액은 카셰어링 서비스 성장의 힘입어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쏘카 카셰어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20%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


쏘카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VCNC가 지난 2018년 선보인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타다프리미엄(준고급 택시호출서비스), 타다에어(공항이동서비스), 타다골프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타다의 충성이용자가 타다프리미엄을 사용하면서 타다프리미엄 운영대수는 초기 100대에서 약 300대를 향하고 있다. VCNC가 타다베이직을 접고 타다프리미엄만 운영하자 택시업계가 타다에 가맹형 플랫폼택시 시장 진출을 '러브콜'하는 일도 생겼다. 이에 타다는 연내 플랫폼택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 추격전을 펼칠 계획이다. VCNC는 대리운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쏘카는 지난해 인수한 실내 정밀위치측정 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투자하며 10년 내 꽃필 자율주행 시대도 채비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현재 제주공항에서 인근 쏘카존을 왕복하는 자율주행차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쏘카는 아울러 온라인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심 중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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