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바라만 보고 있을 때인가

      2020.09.22 18:44   수정 : 2020.09.22 18:44기사원문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선 투표일이 50일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CNN과 같은 미국 언론은 지난 반세기 또는 그 이상의 역사를 들춰내면서 미국의 대선 전 지지율과 대선 결과의 관계를 분석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의 8%포인트 지지율 격차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이들 언론이 내놓은 분석의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하루하루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예측일 뿐 미래의 결과는 알 수 없다.


미국의 대선은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이자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사다.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는 민주주의의 상징을 과시하는 대형 파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에 세계의 이목이 특히 더 집중되는 이유는 최고의 정치행사에 대한 단순한 관심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가 겪었던 지난 4년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4년 전,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그 선거 결과가 세계경제에 몰고 올 변화의 폭과 파격을 예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미국은 오랜 기간 구축해온 시스템이 있다는 믿음은 여지없이 배신당했다. 트럼프 정부는 절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일례로 미국이 전 세계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며 관세전쟁을 선포했을 때 세계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 그리고 자동차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하에서 전통적 우방국을 상대로?

2020년의 세계경제는 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환경에 처해 있다. 보건위험과 지정학적 불안요인 등 경제를 둘러싼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올 초 서명한 1단계 합의로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중국이 약속한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 미국 제품 추가 수입의 진행속도가 7월말 기준으로 50%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합의 이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더욱이 미·중 간에는 지식재산권과 보조금, 국영기업 문제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한편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언제일지, 또 이들 의약품이 개발된다 해도 코로나19의 완전한 해결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보건위기의 끝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불평등과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협력과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가 불평등을 심화했다는 비판과 반세계화 정서에 편승해 당선됐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11월 3일의 투표 결과는 오롯이 미국민의 선택이다. 다만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당선 이후 인류 최대의 현안 해결을 위해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위기 극복과 불평등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협력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미국 선거를 그저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선 전에 한국 같은 중견국들이 선제적으로 역할을 해나갈 때다.

■약력
△54세 △서강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무역통상본부장 △미국 조지아공대 경제학부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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