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개발 막아달라" 유네스코에 서한
2020.10.05 07:00
수정 : 2020.10.05 07: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해 1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히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유네스코에 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태릉골프장이 개발되면 바로 옆에 있는 태릉과 강릉 등 세계유산의 훼손은 물론, 가치 상실이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는 오는 8일 유네스코 회관 앞에서 서한 전달 퍼포먼스를 통해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의 당위성을 알릴 예정이다.
태릉 주민들로 구성된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하 초록 태릉)은 지난달 25일 유네스코본사에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했다고 5일 밝혔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1만 가구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유네스코가 지정한 태릉 등 세계문화유산 훼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릉과 강릉을 비롯한 국내 18개 지역의 조선왕릉 40기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스페인 세비야 총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중 문정왕후 윤 씨의 무덤인 태릉은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조선왕릉 8기 중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계획대로 부지면적이 약 83만㎡인 태릉골프장에 초고밀 개발을 통해 최고 35층으로 1만 가구를 조성할 경우 태릉·강릉의 경관훼손은 불가피하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지정 당시 '완전성' 평가 항목에서 "도시개발이 몇몇 유적의 경관에 영향을 미쳤다"며 능 조성 당시와 주변 환경이 현저히 바뀐 선릉, 헌릉, 의릉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 바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조선왕릉'을 소개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초록 태릉 측은 유네스코에 서한을 통해 주택공급을 강행할 경우 △문화경관 훼손 △태릉·강릉의 연지(연못) 복원 불가 △세계유산 보존과 관리 협약 불이행 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세계유산협약국은 세계유산의 확인, 등재신청, 보호에 있어 관리자, 지방·지역정부, 지역사회, 비정부기구(NGO), 그리고 다른 이해당사자와 협력자들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초록 태릉 측은 한국은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 보호, 관리를 전담하며 지역공동체와 시민단체 외 민간 기구와 협약하는 보호·관리 활동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초록 태릉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이번 태릉·강릉 개발 압력과 변화에 대한 유산의 취약성 평가 및 모니터링에서도 지역사회와 국민의 협력 요구를 거부하고 비공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태릉 주민들은 임대주택에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노원구 하계동에 거주하는 윤모씨(45)는 "골프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개발하려는 데 화가 난다"라며 "1만가구가 임대주택이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주택을 짓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초록 태릉 측은 오는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길 한국유네스코회관 앞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