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2020.10.08 18:28
수정 : 2020.10.08 18:28기사원문
현대사회에선 알고리즘은 무슨 문제이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명령어들을 통칭한다. 그 연장선에서 21세기는 가히 알고리즘 만능 시대다.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서 알고리즘이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으로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품목이나 실시간 교통상황을 점검하는 데서부터 뉴스나 예능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이르기까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우대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다. 네이버는 그간 상품 클릭수, 판매실적, 구매평 등을 종합해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검색순위를 정한다고 설명해 왔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에 인위적 조작을 했다고 본 셈이다. 네이버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서 시비를 가린다는 입장이나 소비자의 불신을 잠재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 교훈이 뭘까. 알고리즘의 '가치중립성'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알고리즘 구동 과정엔 개입하지 않을지라도 프로그램을 짜는 쪽은 결국 사람이 아닌가.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포털 뉴스 편집의 공정성이 끊임없이 의심받는 이유다. 실제로 얼마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여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란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었다. AI 알고리즘이 각종 빅데이터를 공정하게 처리하리라는 맹신에서 벗어나 알고리즘 작동 기준과 원칙에 대한 투명한 검증과 민주적 관리가 절실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