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에 檢동요..사퇴만류 목소리 쇄도

      2020.10.22 13:19   수정 : 2020.10.22 13: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을 지휘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의를 만류하는 검사들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검찰의 중립성 훼손이 사의 표명 배경으로 알려지자 자칫 ‘검란’으로 비화될 조짐도 엿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검사장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엔 동료검사들의 동요와 함께 수 십 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그의 사의를 말리는 의견들이 쇄도하고 있다.



검찰 내부서 정부 성토 목소리 봇물


앞서 이날 오전 박 검사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며 "그런데 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의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도 박 검사장 사의 표명이 화두에 오르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프로스에는 정부에 대한 현직 검사들의 성토와 함께 사의를 철회하라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A부장검사는 "용기내서 글 올려주신 거 감사하다. 검사장님이 중심을 잡고 라임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직의 뜻을 거둬주길 간청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B검사장은 "정치검사가 아닌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사직 표명을 철회하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차장검사급 C검사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카이사르의 말을 인용하며 사직의사를 거둬달라고 했다.

검사들은 댓글을 통해 여권과 법무부가 더 이상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검사는 "사기꾼 말 한마디에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하며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정관께선 이에 동조하며 총장과 검사를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있다"며, 또 다른 검사는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검사들에게 더 이상 모멸감을 주지 말아달라"고 했다.



"사기꾼 한마디에 수사 흐름 왜곡"


검찰 내부 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박 지검장 사의 배경이 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추 장관의 ‘검찰 흔들기’가 이번 사의 표명의 원인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라임사건 수사를 총지휘했던 검사장 입장에서 희대의 사기꾼 김봉현의 옥중서신, 그것도 공작의 냄새가 진동하는 문건 하나 때문에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고 수사팀이 공중분해돼 비리검사로 조사받는 현실이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박 검사장과 법무연수원 초임검사 교육을 같이 받았고 2001년부터 2년 간 법무부에서 박 지검장과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201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퇴직한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훌륭한 검사장 한명이 미친 무당이 작두타기 하듯 검찰을 흔들어대는 법무장관의 칼춤에 희생된 듯 해 너무 안타깝다“며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사건의 실체를 파헤쳐야 할 수사가 사기꾼 김봉현의 문건 하나에 산으로 가고 있다“며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인 김봉현 문자에서 청와대, 금감원에 대한 로비 의혹이 나왔는데 법무장관은 정관계 로비 수사하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고 추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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