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 고가 인수 논란에 "안 비쌉니다" 하이닉스 사장까지 컨콜 등판
2020.11.04 14:31
수정 : 2020.11.04 15: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개선이 쉽지 않았던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4일 3·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 등장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10조3000억원(90억달러)에 이르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합병(M&A) 결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 컨콜에 최고경영자(CEO)가 발표를 맡은 것은 2013년 박성욱 부회장(당시 사장) 이후 7년 만이다.
"안 비쌉니다" 매주 외친 이석희
지난달 20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증권가에서는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사장은 언론에 두차례 "비싸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사장은 공식 행사인 컨콜을 통해 고가 인수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날 컨콜 내용은 평소와 달리 절반 이상이 M&A 이슈에 집중됐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 대비 낸드 사업의 시작이 늦었던 핸디캡을 극복하며 최근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성장의 변곡점에서 목표했던 만큼 도약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며 "향후 낸드 시장의 핵심이 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수 완료시점인 오는 2025년께 SK하이닉스는 단순계산상 낸드 2위 업체로 단숨에 발돋움하게 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 업계 2위인 인텔과 5위인 SK하이닉스의 연합으로 1위인 삼성전자까지 위협할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게 된다.
이 사장은 "인텔은 특히 데이터센터향 SSD 시장 전반에서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8단 3D 낸드를 개발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양사의 낸드 사업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낸드의 전 영역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향후 3년 내에 낸드의 자생적인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5년 내에 낸드 매출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다. D램과 낸드간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나중에는 메모리 사업을 넘어선 미래를 그린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장기 로드맵이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는 두 단계를 거쳐 마무리가 된다. 최종 인수가 완료되는 2025년 3월까지 중국 다롄공장의 운영과 적용될 기술의 개발은 인텔이 담당하게 된다"고 전했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도 옵션 중 하나
이 사장은 국내 M&A 역사상 최대인 10조3000억원 마련과 관련해 "대금의 절반 가량은 보유 현금성자산과 향후 창출되는 영업현금흐름을 활용하고, 잔여분은 차입 등 외부 조달과 필요시 자산유동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약 5조3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을 돌리는 데만 매년 수조원의 거금이 필요한 만큼 이 돈을 모두 인수 대금으로 쓰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3년 전 투자한 4조원 규모의 키옥시아(옛 도시바)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회사는 키옥시아 주식은 갑자기 재정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한 후순위 옵션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는 즉각적인 효과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키옥시아는 좀 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차진석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옵션의 하나로 검토는 할 수 있으나 키옥시아 주식을 서둘러 정리하지 않아도 인수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인텔의 핵심인력 이탈과 관련해서는 "내년께 규제 승인이 완료되면 1차로 SSD 사업부 인력은 (SK하이닉스로) 소속을 바꾸게 될 것이다.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계약상 마련해 놨다"고 했다.
10나노 이하 첨단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말 완공되는 이천 M16 팹이 EUV 전용 라인으로, 장비도 일정대로 입고될 예정"이라며 "1Anm(10나노 4세대) D램부터 적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EUV 장비에 대한 역량은 이미 연구소에 있는 EUV 장비를 통해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