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연법
2020.11.08 18:00
수정 : 2020.11.08 18:09기사원문
북한의 '최고 존엄' 3대가 모두 애연가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일성 주석이 북한산 담배를 애용한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던힐과 로스만 등 외제를 선호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매체를 통해 현지지도 등 공식 석상에서 늘 담배를 손에 달고 다니는 체인 스모커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북한의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 남성의 흡연율은 2016년 37.3%로 조사됐다.
북한이 지난 4일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31개 조문으로 된 이 법안은 정치사상교양 장소, 교육기관, 의료보건시설, 공공운수수단 등 곳곳에 흡연금지 장소를 지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처벌조항까지 있다니 지금까지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흡연 장면이 버젓이 공개되고 있는 북한에서 상당히 이례적 조치다.
조선중앙통신은 "담배의 생산과 유통, 흡연 등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법 조문은 흡연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담배가 북한의 주요 외화가득원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국 브랜드뿐 아니라 외국 상표로 가짜 담배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담배메이커 필립모리스, BAT 등은 북한이 연간 수억달러어치 '짝퉁 담배'를 수출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으로선 금연법이 양수겸장인지도 모르겠다. 주민의 건강도 챙기고 내수를 줄여 담배 수출도 늘릴 수 있다면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