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관세 90%이상 철폐… 철강·자동차 수출시장 커졌다

      2020.11.15 18:11   수정 : 2020.11.15 18:11기사원문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출범으로 우리 수출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RCEP는 관세철폐와 함께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이 제정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통관·무역 원활화 등 최근 급변하는 교역환경을 반영해 9개 챕터를 새로 도입했다.



우선 RCEP 15개국에 대한 원산지기준이 통합된다. 그간 아세안, 중국쪽 수출에서 원산지 증명·신고 절차가 달랐다.
일례로 RCEP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중국, 아세안, 호주에 세탁기를 수출할 때 원산지 기준이 통일돼 수출절차가 편리해진다.

역내 생산가치사슬도 강화된다. RCEP 협정 참여국 전역에서 재료를 조달·가공하더라도 재료 누적을 인정받게 된다.

저작권·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규범이 적용된다. 이승헌 산업부 동아시아FTA협상담당관 과장은 "온라인 지재권 침해에 대해 민형사 구제수단이 마련돼 한류 콘텐츠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韓, 총 수출의 절반이 對RCEP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기준 대(對)RCEP 수출액은 2690억달러로 우리 전체 수출액의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898억달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260억달러) 쪽 수출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김정회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직무대리는 "RCEP로 다자체제의 약화, 글로벌밸류체인(GVC)의 블록화·지역화 경향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RCEP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우리 수출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영화 등 서비스시장도 개방, 신남방국가들과 교류·협력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아세안 10개국의 관세장벽이 낮아진다. RCEP는 품목별 관세철폐 수준이 기존 한·아세안 FTA(79.1~89.4%)보다 최대 14.7%포인트 높아진다. 나라별로 91.9~94.5%의 관세가 철폐된다. 인도네시아는 1134개(11.3%), 필리핀은 1140개(11.6%), 태국은 1238개(13.0%) 품목의 관세가 추가로 철폐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동차부품, 철강재용기, 형강, 합성수지, 베어링, 섬유사, 의료위생용품 등의 관세가 사라진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 주력품목 수출도 확대된다. 아세안 등 RCEP 참여국은 화물차(관세율 최대 40%), 승용차(최대 30%), 자동차 안전벨트(10%), 자동차 에어백(30%), 철강 봉형강(5%), 도금강판(10%) 등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김 직무대리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 핵심 품목뿐 아니라 섬유, 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 등은 추가 시장개방 효과가 크다"고 했다.

서비스 부문도 더 많이 개방된다.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은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녹음, 영화제작·배급·상영 등을 추가 개방한다. 이로써 한류 콘텐츠 등 사회·문화·인력 등 전방위적 협력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日과 첫 FTA…"車·기계 양허 제외"

RCEP는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의 첫 FTA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경쟁품목이 많은 일본과 교역을 고려, 민감품목 보호와 이익균형에 중점을 뒀다. 김 직무대리는 "업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자동차와 기계 관련 품목은 양허에서 빠졌다.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충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산업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인 관세철폐 수준은 한·일 양국이 품목수 기준 83%로 같다. 다만 수입액의 경우 일본의 관세철폐율(78%)이 우리보다 2%포인트 높다.

특히 일본과는 자동차·기계 등 주요 민감품목은 양허(관세율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공산품의 경우 한국(91.7%)의 관세철폐 수준이 일본(94.1%)보다 2.4%포인트 낮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내리거나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장기 관세철폐 품목 비중은 41.6%로 일본(17.1%)보다 높다. 일본 맥주(30%) 관세는 매년 1.5%포인트씩 낮아져 20년 뒤에 철폐된다. 농산물의 경우 품목수 기준 관세철폐율은 46%로 우리가 맺은 다른 국가와의 FTA 평균(72%)보다 낮다.

이 밖에 양자 FTA가 체결돼 있는 중국(91%), 호주(100%), 뉴질랜드(100%)와는 기존 FTA의 수준의 시장개방을 유지했다.

이번 RCEP에서 농수산물도 개방이 확대된다. 다만 쌀·마늘 등 민감한 농·수·임산물은 양허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기존 FTA 범위에 한해 민감품목을 개방했다. 핵심 민감품목인 쌀, 마늘, 양파, 고추, 사과, 배, 명태(냉동) 등은 양허에서 빠졌다.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바나나, 파인애플, 새우(냉동), 오징어(냉동), 돔(활), 방어(활) 등도 양허에서 제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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