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흉물 조형물 이유 있었네" 조각가 소외 '입찰조건' 개선해야

      2020.11.29 12:53   수정 : 2020.11.30 12: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어느새 조각가들은 고민 없이 흉측한 동상이나 세우는 세금 도둑으로 전락하고 있다."(박찬걸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흉물로 전락한 지자체 공공조형물이 조롱받는 현실에 참다못한 국내 조각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불합리한 지자체 입찰방식 탓에 정작 작가는 공공조형물 제작에서 배제되고, 전문가 대신 업체 내부 디자인팀이 제작을 도맡는다는 주장이다.

심사 절차를 마련해도 심사위원과 업체 간 유착으로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횡행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현재 입찰 조건은 최소 요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입찰 관련 법령인 '지방계약법'의 관할 부처다.

■"지자체 조형물, 10개 내외 업체가 독식"
29일 미술계에 따르면 수년간 지자체의 공공조형물 발주사업을 전문성이 부족한 특정 업체들이 독식하는 탓에 흉물조형물이 만연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지자체가 만든 괴기한 조형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인천 소래포구에 세워진 새우타워가 '세금낭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같은 국민적 불신이 국내 조각가들에게 향한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박찬걸 부이사장(충남대 조소과)은 수년간 논란이 된 대부분의 공공조형물 제작에는 현업 작가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입찰 방식이) 일부 대형 회사에 맞춰져 있다"며 "작가의 손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 디자인 팀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공공조형물을 발주할 때 지방계약법·시행령에 따라 조경시설물설치, 금속구조물·창호·온실공사 등 전문건설업 시공면허를 요구한다. 과거 관련 사업 실적도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다. 박 부이사장은 "입찰 조건에 해당하는 업체가 10개 내외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행안부, 지자체장 의지에 달린 문제"
지자체가 공공조형물 심사 절차를 둬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강원도 7개 기초지자체가 발주한 공공조형물 입찰을 둘러싼 비리 커넥션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내 업체가 브로커와 함께 공무원, 대학교수(심사위원)를 매수해 사업을 독식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박 부이사장은 "입찰방식을 개선해 비사업자인 대학교수나 저명한 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중앙부처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공공조형물의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계약의 투명성, 공정성을 위해 사업자 등록증, 그간의 실적 등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지자체가 예술적 가치가 큰 조형물을 짓고자 할 땐 관련 학과 교수급 이상 또는 관련 학위를 소지한 전문가가 디자인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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