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3 수능생의 따스한 부탁 편지 “이런 편지 본다면?”
2020.12.03 07:51
수정 : 2020.12.03 07:51기사원문
최근 다른 수험생이 이웃집 소음에 불만을 품고 쓴 경고문이 과도한 욕설로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이와 확연히 비교되는 따뜻한 문장이 네티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험생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공개됐다.
해당 편지에는 자신을 고3 수험생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벌써 11월이 지나고 있다. 의미 있게 마무리하시고 12월에는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길 바란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오전 공사 소리에 조금 방해를 받는 것 같아 작성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히며 “고3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올린다”고 적었다.
이어 “그동안 독서실을 이용해 왔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2단계로 격상하면서 독서실에 가는 것도 큰 고민이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상황이 어렵지 않으시다면 공사 연기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라는 게 부탁이었다.
그리곤 “너른 양해 정중히 부탁드리고 긴 글 읽어주심에 큰 감사를 표한다”며 “항상 건강 조심하시며 앞날의 행복한 일들과 무한한 행운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끝맺었다.
이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인성이 훌륭하니 뭘 해도 해낼 학생이다”, “시험 잘 보시고 좋은 결과 얻길 바라요”, “저런 예의하면 어느 누가 공사를 안 미루겠나” 등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지난달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수능 D-8인데 2주째 드릴 소리 내는 가정교육 못 받은 무뇌들”이라는 제목의 아파트 경고문과 비교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학교는 지금 기말고사 시즌이고 수능은 당장 다음 주인 12월3일인데 아침 9시만 되면 드릴 소리가 끊이질 않네”라며 “이 시국에 코로나로 독서실, 카페 등 밖에도 못 가는 거 뻔히 알면서 남의 인생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이기적인 XX”라며 썼다.
그러면서 “설계를 벌레 XX가 했다”, “니 부모 수가 홀수 아닌 걸 증명하듯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 등 과도한 수위의 욕설과 모욕적 언사를 했다.
결국 해당 작성자를 향한 비판이 일었고, 결국 그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도를 넘는 욕설로 모든 주민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