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의신' 한중합작, 뒷통수 맞은 한국 제작사
2020.12.11 12:49
수정 : 2020.12.11 1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웹툰 ‘목욕의 신’의 합중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중국 측의 투자 철회 및 ‘불법 제작 및 개봉'으로 큰 피해를 입은 콘텐츠 프로듀싱 회사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문와쳐는 영화·드라마·웹툰·웹무비·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프로듀싱 회사로, 중국·일본·베트남 등 해외 영화 시장에 대한 합작 노하우와 네트워킹의 구축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대표작으로 영화 ‘블라인드’와 블라인드 리메이크인 한중합작 ‘나는 증인이다’, 한일합작 ‘보이지 않는 목격자’, 한베트남 합작 ‘보이지 않는 증거’가 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2015년 10월 양미, 루한 주연의 한중합작영화 <나는 증인이다>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제작하여 개봉 시키고 다음 작품으로 준비한 영화가 <목욕의 신>이였습니다. 원작이 워낙 재밌고 훌륭한 작품이여서 중국 영화사들의 많은 러브 콜을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오랜 기간 계속해서 관심을 보여 준 완다의 투자 담당자와 이 작품을 함께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후 이샤오싱 감독을 완다의 추천으로 만나보았고 이샤오싱 감독은 <목욕의 신> 웹툰을 너무 좋아하고 자신이 연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얘기를 하였습니다.
저 또한 <완완메이샹다오>를 좋게 보았고 재능있는 감독이라 생각해 <목욕의 신>감독으로 흔쾌히 결정하며 함께 좋은 영화로 꼭 만들어 내자고 의기투합하였습니다. 바로 엊그제 일 같은 이 기억들과 초심들이 지금 이렇게 엉망이 된 것에 참 마음 아프고 착잡합니다. 특히 <목욕의 신>의 원작자인 하일권 작가님과 원작을 사랑하는 한국과 중국의 많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런 불미스런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도 참으로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원작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일부 네티즌과 언론들에 의하여 특정 중국 회사와 이샤오싱 감독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체 문화 산업의 문제로 매도하여 한중 문화업계의 불신의 풍토를 조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12년 가까운 시간을 좋은 한중합작 콘텐츠를 만들고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는 일에 노력하였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중국의 영화업계와 영화인들이 저 보다 더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며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사필귀정이 될 거라 믿습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느 나라의 영화인 그리고 문화업계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은 창작의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창작이 소중하고 보호 받아야하는 게 마땅한 것처럼 동료 창작자들의 창작의 가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중문화예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흥행에 성공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앞서 관객에게 창작자로서의 양심과 좋은 가치가 담긴 작품을 만들어 보이려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도 한국, 중국의 문화 산업 현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며 노력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더 많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이샤오싱 감독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은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목욕의 왕> 제작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노력들은 헛되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웹툰 <목욕의 신>을 영상화하려 노력한 지 개인적으로 8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 운명의 장난은 내 자식을 내 자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오늘 세상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목욕의 왕>이라 불리우는 나의 <목욕의 신>의 개봉을 축하하려 합니다. “
향후, 문와쳐는 이샤오싱 감독과 완다 등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 저작권 위반 등 문제제기와 소송을 계속하는 힘든 싸움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중 문화 산업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사건은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