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산타클로스’… 얼굴 없는 천사 21년째 선행 이어져야

      2020.12.24 06:00   수정 : 2020.12.24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2019년 12월 30일.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기부한 돈을 도둑맞고 주민센터에 돈을 회수했는지 묻고 또 묻고 그렇게 5번을 전화했다.

이 천사는 매년 12월 어김없이 주민센터에 나타나 현금 뭉치를 놓고 사라졌다.

이날도 6,016만 3,210원을 주민센터 나무 아래 놓고 자리를 떠났다.



얼굴 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10시3분 주민센터에 발신자 번호를 지우고 전화 걸어 “인근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곧바로 밖으로 나와 주변을 뒤졌으나 성금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2인조 절도범이 돈이 든 상자를 훔쳐 달아난 뒤였다.

직원들은 오전 10시 37분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절도범 차량을 추적해 충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범행 4시간 만에 검거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마음을 훔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찾은 돈은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기부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전주시는 24일 이런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CCTV 방범 카메라를 설치했다.

지난해 “얼굴 없는 천사‘ 가 놓고 간 기부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전주시는 전주 완산경찰서와 CCTV관제센터 등에 주민센터 인근 순찰·감시 활동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얼굴 없는 천사 방문에 대비해 연가 사용은 물론, 외출까지 자제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얼굴 없는 천사를 위해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천사의 고마운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혹시 모를 성금 도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주민 센터 인근 한 주민은 “전주를 전국에 알린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이 성금 도둑을 검거할 당시 주민들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정적 제보를 한 이 시민은 경찰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만원을 전액 기부해 얼굴 없는 천사 못지않은 선행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매해 연말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아와 기부금을 몰래 두고 갔다.

A4 용지를 담는 상자 바닥에 5만원 지페 다발을 깔고 동전이 든 돼지 저금통을 위에 올려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 등 메시지도 남겼다.


20년 동안 그가 기부한 성금은 6억6,850만4170원에 달한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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