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미래 협상 타결 "공정하고 균형잡힌 합의"
2020.12.25 00:53
수정 : 2020.12.25 00: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4년 넘게 표류하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절차가 마침내 일단락되었다. 영국과 EU 정부는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 미래관계 협상이 이달 말 기한을 약 1주일 앞두고 마침내 타결됐다며 양측이 브렉시트 이행기간 종료 이후에도 관세와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고 무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총리관저는 이날 성명에서 협상 타결을 알리고 “우리는 지난 2016년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영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모든 것을 이번 합의에 담았다”고 선언했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합의”
같은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그는 “아주 길고 굽은 길을 지났지만, 마침내 좋은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은 “이번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이며 양쪽 모두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라며 “EU와 영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동의 글로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양측은 미래 관계 협상에서 △어업권 △공정경쟁 조건 △분쟁해결 방식을 놓고 이달까지 극심하게 대립했다. 폰 데어 라이엔은 앞으로 4년간 양쪽이 공정경쟁 분야에서 합의를 지키는지 세심하게 검토할 것이며 양쪽 모두에게 이번 합의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강력한 장치와 인센티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업분야에서도 아주 좋은 합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EU와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어업권 분야에서 영국 영해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존슨은 “우리는 EU의 친구이자 동맹, 지지자로 남을 것”이라며 “비록 우리가 EU를 떠나지만 영국은 문화적으로, 감정적으로, 역사적으로, 전략적으로, 국제적으로 유럽에 속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협상 타결에서 가장 많은 양보를 얻은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업권이라고 답했다. 존슨은 EU가 영국 영해에서 영국과 EU 국가들의 어획량 배분을 앞으로 14년간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했지만 영국은 3년을 주장했고 결국 5년 6개월로 합의를 봤다며 “합리적인 유예기간이다”라고 평했다.
■양쪽 모두 의회 비준 절차 시작
지난 2016년에 6월에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던 영국은 2차례 정권 교체를 거치고 나서 지난해야 겨우 브렉시트 협정을 완성했다. 영국은 올해 1월 말에 EU를 탈퇴했으나 이달 말까지 이행기간을 설정하고 기존 EU 규정을 지키면서 EU 공동시장에 잔류한 상태다.
영국은 이행기간 종료 이후 미래관계 협상을 위해 EU와 계속 협상을 벌였으나 기한 종료를 약 1주일 앞둔 상황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존슨은 지난 9월부터 EU와 합의가 결렬되면 무역 합의 없이 EU에서 분리되는 (No deal·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협상 타결이 선언된 24일부터 회의를 소집해 협상 비준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7개 회원국의 언어로 법률을 번역하고 검토하는 데 약 일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U는 영국의 전환기 종료일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1월 1일부터 미래관계 협상을 임시로 허용한 뒤 나중에 비준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영국 하원은 현재 성탄절을 앞두고 휴회에 들어갔으나 26일에 긴급 소집돼 미래관계 협상 승인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노동당의 힐러리 벤 하원의원은 24일 BBC에 출연해 "의회가 이번 합의를 승인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표결이 다음주에 진행될 수 있다며 EU와 추가로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의회 비준이 이달 30일까지는 완료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날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작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 브렉시트 합의를 이끌었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모두 트위터를 통해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
이날 영국 파운드 가치는 노딜 브렉시트 위기가 걷히면서 약 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 가치는 전날보다 0.9% 올라 1파운드당 1.3617달러를 나타냈으며 2018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영국의 FTSE100 지수도 0.1% 올랐으며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도 0.3% 상승했다. 다국적 투자업체 아문디의 크리스티나 마티 유럽 중소주·국가 전략 대표는 "투자자들이 드디어 2021년도의 주요 불확실성이 명쾌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