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요양원 아비규환, 어떻게 이런 일이

      2020.12.30 18:00   수정 : 2020.12.30 18:00기사원문
서울 동부구치소와 요양병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심각하다. 특히 전체 수용자 10명 중 세 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동부구치소에서 30일 전수조사 이후 사태가 자못 걱정스럽다. 이곳의 확진자 345명을 넘겨받은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에서는 교도관들의 휴직·사직 신청이 줄을 잇는 등 교정시설 전체가 패닉 상황에 빠진 인상이다.



동부구치소는 지난 29일 누적 확진자가 전체 수용자(2419명) 중 30%대를 넘기면서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수용자들이 창살 밖으로 "살려 달라"는 쪽지를 흔드는 판이니, 가히 아비규환의 현장이라고 해야겠다.
이 지경이 된 데는 3밀(밀집·밀접·밀폐)이 특징인 아파트형 구치소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전문가들의 경고를 한 귀로 흘린 정부의 안이함이 화를 불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상태로 무증상·음성 판정 나온 수용자를 다인실에 방치했다니 혀를 찰 일이다. 이런 직무태만이 동부구치소가 단일시설로는 가장 많은 집단감염을 초래한 주원인인 셈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예산 타령을 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특수활동비 집행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터라 믿음이 갈 리도 없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노력의 절반이라도 기울였다면 빚어지지 않았을 참사다.

고령 사망자가 늘고 있는 요양시설 집단감염 추이도 심상찮다.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로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도, 의료진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확진자가 나와 통째로 격리된 한 요양병원 의사가 청와대 게시판에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구출해 달라"라는 글을 올렸겠나. 이는 현 정부도 감염병이 번질 때는 음압실 등을 갖춘 병상 증설을 공언하고도 결국 유야무야한 역대 정부의 전철을 답습한 결과다. 요양병원 집단발병도 정부의 무신경이 결과적으로 방역망에 구멍을 냈다는 점에선 '구치소 팬데믹'과 매한가지 현상이다.
방역당국이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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