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짓밟는 ‘코호트'··· 신아원 비확진자 그룹서 확진 나와
2021.01.06 14:03
수정 : 2021.01.06 14:03기사원문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같은 공간에 갇혀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진 뒤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확진자를 이송조치 했으나 비확진자 그룹에서 다시금 추가 확진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한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을 외부와 차단하는 코호트 격리 방침이 사실상 수용 장애인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반대여론을 의식해 긴급분산 방침을 세웠지만 중대본의 완고한 입장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다.
■10일 만에 69명 감염··· 중대본 파악도 늦어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5일 기준 신아원 수용 장애인과 직원 확진자가 총 69명에 달한다. 최초 감염이 발생한 뒤 시설 전체가 외부와 차단되는 코호트 격리가 이뤄진 상황에서 추가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신아원에 수용된 장애인은 모두 117명으로, 과반이 확진된 상황이다. 확진자는 장애인에 그치지 않는다. 직원 중에서도 상당수가 확진 또는 확진이 우려되는 상태다.
중대본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집단항의를 전개한 뒤에야 확진자를 치료병상이 갖춰진 병원으로 이송했다.
문제는 이송 후에도 이어졌다. 내부에서 확진자와 구분돼 있다던 그룹에서까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신아원 내부 상황이 통제 밖에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코호트 격리시설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25일 최초 확진자가 2명 나온 신아원은 단 10일 만에 확진자가 69명으로 늘었다.
신아원 뿐 아니다. 코호트 격리 대표적 피해사례로 꼽히는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은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지 20여일 만에 47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확진자는 무려 160명이나 나왔다.
확진자를 초기에 이송해 격리하는 대신 시설 전체를 확진자와 함께 가두는 방식으로 대응해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은 사실상 코로나19에 적합한 치료수단이 없지만 코호트 격리 상황에서 오롯이 확진자를 감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감염이 빠르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K방역 성공사례?..."수용자 인권 짓밟는 것"
그간 K방역의 성공사례로 꼽혀온 코호트 격리의 진면목이 사실상 수용된 이들을 포기하는 것이란 비판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감염되지 않은 수용자들과 외부에 있는 가족들은 코호트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를 밖에 도리가 없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말이 요양병원이지 의사랑 간호사도 턱없이 적고 전문분야도 아니다보니 대처가 잘 되지 않는다”며 “빠르게 치료시설이 구비된 곳으로 이송을 해야 하는데 병상배정이 안 되고 기다리라고만 하다 보니 확진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도 속수무책이다. 서울시는 전장연이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긴급분산조치’ 결정을 내놨다. 감염되지 않은 장애인들을 시설 외부 임시거주공간으로 옮겨 추가 감염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긴급분산조치가 이뤄지기 위해선 중대본이 코호트 조치를 풀어야 하지만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장연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까지 했지만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어제 오전에 내부 비확진자 사이에서 확진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며 “종교시설 같은 곳은 확진자가 나오면 공간을 폐쇄하고 확진자를 옮겨 치료하는데 왜 장애인수용시설에선 (코로나19에) 안 걸린 사람까지 모두 한 데 가둬버리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날 인권위와 추가 면담을 갖고 중대본의 코호트 격리가 장애인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