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역설'..무너진 '북극 담벼락' 최강한파 불렀다
2021.01.11 06:00
수정 : 2021.01.11 06:00기사원문
서울의 지난 8일 아침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 며칠간 전국적인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계량기 7000여대가 동파되는 등 한파 피해도 잇따랐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20년만의 최강한파..'음의 북극진동' 탓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추위의 원인은 온난화 현상에 따른 '음의 북극진동'에서 비롯됐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을 둘러싼 대기 상층(약 12㎞)의 '제트기류'는 평상시에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를 '양의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이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이동한다. '음의 북극진동'이다. 지구 온난화 탓에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 약화된 제트기류가 확장되고 북극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온난화의 역설'이다.
■북극 온난화가 한반도 한파 몰고와
실제 작년 6월엔 북극권 시베리아 지역 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135년만에 역대 최고기온을 찍었다. 같은해 9월 북극의 얼음 면적은 역대 두 번째로 작았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빙하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러시아 북쪽의 바렌츠해는 최근까지도 얼음으로 덮이지 않았다.
이같은 북극 온난화가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 것이다. 이번 한파를 '북극발 한파'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일 땅끝 마을 해남은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후 최저기온이다. 광주도 이날 최저기온 영하 13.5도로 1971년 1월 6일(영하 15.7도) 이후 가장 낮았다. 부산은 영하 12.2도로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서울은 지난 6일 지난 2018년 이후 약 3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한강은 꽁꽁 얼어붙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고,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겨울철 중위도 지방까지 북극 찬 공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추위는 12일 오전까지 지속되겠다. 이날 낮부터 영상권을 회복하고 13일부터는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가 예상된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