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에 일자리수석? 공기업 마지막 낙하산 쏟아지나

      2021.01.11 18:14   수정 : 2021.01.11 19:16기사원문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수십곳이 기관장을 교체한다. 문재인정부 5년차로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여서 전·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벌써부터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장 막차를 타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기관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인들이 사장 자리를 꿰찰 경우 본래의 업무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40곳 중 197곳의 기관장 자리가 임기 만료됐거나 올해 내 교체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난 곳은 22곳, 공석은 12곳,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163곳이다.
이 가운데 청와대부터 지난해 4월 총선 낙선자, 여권 당직자까지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차기 사장직 공모에 지원한 곳이 적지 않다.

■조폐공사 사장에 靑 일자리수석?

대표적인 곳이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지원한 한국조폐공사다.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조폐공사는 이달 초 열린 3차 회의에서 면접심사를 통해 사장 후보로 4명의 지원자를 추렸다. 4명의 지원자 중 반 전 수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수석은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이지만 정부를 떠난 시점이 2008년인 데다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낸 만큼 '온도차'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병호 사장 후임을 뽑고 있는 aT는 관가와 정가의 2대 2 대결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자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춘진 전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인 유병만 전 정책위 부의장이 정가에서 지원해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 김성민 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단장 등과 함께 인사검증을 거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누구를 임명제청할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부터 '개점휴업' 중인 한국마사회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출신인 김우남 전 의원이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김낙순 회장 후임으로 나섰다. 김 전 의원 외에 임성한 전 한국마사회 경영본부장과 윤영기 마주 등이 지난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원했다. 정상 경영을 위해선 '온라인 마권 발매 근거법'이 절실한 마사회 일각에선 힘 있는 농해수위원장 출신 회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전 5개 발전자회사 인선작업 착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정책 추진을 위해선 그만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정치인 출신 인사가 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부 장관으로는 여당 출신 정치인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월성 1호기 수사, 신한울 3·4호기 사업재개 등 관련 이슈가 복잡해 힘 있는 정치인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직 기관장들이 1년 연임해 문재인정부의 임기와 함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 관장이 지난 2018년 10월부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들은 이번주 줄줄이 후임 인선작업에 착수한다.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과 박형구 한국중부발전 사장,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내달 12일 임기를 마친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 임기는 3월 7일까지다. 중부와 남부발전은 각각 11일, 12일에 임추위를 개최하고, 남동과 서부발전도 이번주 중 후보자 공모계획을 공고한다.

한전은 사장 공모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정치권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김종갑 한전 사장의 임기가 4월 12일까지인 만큼 "아직 차기 사장 인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한전 측 공식 입장이지만 박원주 전 특허청장, 정승일 전 산업부 차관, 3월 임기를 마치는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이 차기로 언급된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낸 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조합 이사장이 재도전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2년반째 사장이 공석인 한국광물자원공사도 후임 사장을 뽑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지난해 8월 정치인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지만 취소된 바 있다. 12월 세번째 공모를 진행했고 황규연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당료 출신 인사 2명, 여기다 광물공사 내부지원자 2명 등 총 5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공모에서 인사혁신처 취업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황 전 이사장이 또 공기업 사장에 지원한 것은 이유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밖에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도 오는 3월 21일 만료된다. 코스피 상장사이기도 한 강원랜드도 지난해 12월 20일 문태곤 사장의 공식 임기가 끝나면서 후임 사장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신임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장 공석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엔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이 내정돼 이르면 내달 취임한다.

■고용분야 기관장…유임이냐 신임이냐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던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은 유임을 통해 안정을 취하는 곳과 새 기관장 선출에 들어간 기관이 나뉜다.

산업재해와 안전 문제를 관장하는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된 박두용 이사장이 1년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텍대학 신임 이사장에는 조재희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며 이석행 현 이사장도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된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의 후임 선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연승 이사장은 조만간 단행될 3차 추가 개각에서 신임 해수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수부 산하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1월 7일),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2월 11일), 최명용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3월 26일) 등도 올 1·4분기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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