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 시민들 "정인이사건, 살인죄 적용"
2021.01.13 10:31
수정 : 2021.01.13 10:54기사원문
"직장에 연차까지 내고 왔습니다… 살인죄 적용해야죠."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13일 오전 진행되는 가운데 법원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양부모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은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붉을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법원 앞을 지켰다.
법원 앞에는 30여 개의 '정인이 추모' 근조 화환이 줄을 지었다. 화환에는 "학대치사가 의도적 사인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의도적 살인"이라는 표어가 적혔다. 한 시민은 화환 위에 쌓인 눈을 맨손으로 털어냈고, 화환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직장에 연차를 사용하고 법원 앞에 왔다는 이모씨(32)는 "21개월인 아들을 볼 때마다 정인이 생각이 난다"라며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아도 모자라고 엄마손이 필요한 시기인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가족들은 코로나19도 있으니까 법원에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내 목소리를 내야만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8개월 된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김모씨(33)는 "정인이를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도 지키지 못했다"라며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가 만연한데 나도 이런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원 앞에 나왔다"라고 울먹였다.
또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던 김모씨(40)는 "아침 8시에 당직을 마치고 법원에 왔다"라며 "웃는 게 이렇게 이쁜 아이인데 지켜주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는 이날 정인이 입양모 A씨(구속기소)의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불구속기소된 입양부 B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 재판도 함께 진행된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10월 15차례에 걸쳐 정인양을 집이나 자동차 안에 홀로 방치하거나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도록 밀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있다.
장씨 측은 학대와 방임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파이낸셜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총 267명 중 264명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살인죄가 섣부른 판단이라고 답한 이는 3명에 불과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