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예술가 다양성 존중… 연극 가치 누구나 누릴 수 있게"
2021.01.18 22:15
수정 : 2021.01.18 22:15기사원문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첫 일성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는 연극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18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해 취임 간담회를 갖고 향후 3년 간의 운영 방향 및 올해 레퍼토리를 발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1월에 정식 발령을 받은지 오늘로 딱 70일이고 이전의 인수인계 기간까지 포함하면 오늘이 딱 100일"이라며 "오늘의 사업 발표를 앞두고 제가 앞으로 예술감독으로서 재임하는 3년 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가치에 대해 고민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연극의 가치는 누구나 평등하게 향유해야 한다'와 '국립극단은 오늘의 새로운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연극을 제작해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를 제시했다. 김 감독은 "이 두 중요한 가치를 이루기 위해 '공공성 강화'와 '다양성의 존중 및 표현의 자유 보장', '적극적인 기후 행동' 등 3개 운영 기조를 제시했다. 김 감독은 "성별과 장애, 나이 등 사회적 불평등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게 예술을 향유하는데 중심 두려 한다"며 "또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서울 수도권 외 다른 지역의 관객들도 쉽게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순회 공연 및 온라인 송출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 다양성을 적극 존중함으로서 좋은 작품이 잉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예술가들의 활동과 권리를 보호함으로서 예술가의 성장 토양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적극적인 기후행동에도 나설 것"이라며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대, 소품, 소도구 등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데 세계적으로 이를 줄여나가는 추세에 발맞춰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공공 극장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무대와 소품, 의상 등에 대해 공유적 가치를 확대하겠다"며 "타 단체에서 요청한다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과거 국립극단 내에서 발생했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사회적 기억을 위해 사례집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어 "현장소통자문위원회와 작품추천자문위원회, 공연평가위원회 등의 운영을 통해 연극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국립극단에서 1년에 최소 15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 15편 이상의 작품을 예술감독 혼자 선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수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저의 역할인 것은 맞지만 이 무리가 따른다고 하는 측면에서 작품추천자문위원회에서 추천된 작품을 예술감독이 선정하는 그런 제도를 만들었다"며 "올해 레퍼토리도 작품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서 선정한 작품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감독은 취임 초기 첫 역점 사업으로 작품개발시스템인 '창작공감'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작가와 연출가들에게 환경을 제공하는 저희들이 작가와 연출가와 소통하고 공감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출과 작가, 희곡 세 가지 사업분야로 나눠 2021년 '장애와 예술', 2022년 '기후와 환경', 2023년 '아트 앤 테크놀로지'라는 연간 주제 하에 3명의 연출가와 3명의 극작가를 선정하고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에 운영하던 '희곡우체통'을 변화시켜 상시투고 방식은 유지하되 여기에 외부 전문가들이 읽고 추천한 작품들을 검토하고 무대화 여부를 최종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김 감독은 국립극단 내 '배리어프리' 공연의 확대와 영상화 사업의 고도화를 통한 '온라인 극장'의 정식 개시, 10주년을 맞이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발자취를 담은 전시와 포럼 '10년의 질문과 기억' 개최를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주요 공연 라인업 소개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되지 못했던 작품이 라인업의 주를 이루고 있다. 전임 예술감독께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주셔서 올해 다시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작품들 중 '로드킬 인 더 시어터'와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특별히 소개하고 싶다. 이 두 작품을 제가 특별히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 국립극단을 운영해 나가는 방향성의 제시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광보 감독은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는 동안 "연출에 나서는 일을 가급적 자제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보다 후배들을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왜 예술감독이 연출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시기도 했다"며 "국립극단을 두루 둘러보고 혁신할 입장에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잘 못하기에 첫 해는 안하겠다고 했고 솔직히 내년에도 안 하고 싶지만 주변의 압박이 많기에 연출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혹 연출을 하게된다면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의 방향성을 생각해보는 차원에서 작품을 체험하는 형태의 연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