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집단해고된 대형병원, 일자리창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2021.01.20 14:33   수정 : 2021.01.20 14: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동강병원의 급식 하청업체가 바뀌면서 길게는 30년 넘게 일해오던 이 병원 영양실 조리원 28명이 집단해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병원 갑질에서 맞서 노조를 설립한 것이 해고의 핵심 사유라는 주장이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노동계에서는 집단해고 전 이 병원 노무업무 관계자가 일자리 창출 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표창까지 받은 사실을 밝히고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표창 취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 동원홈푸드로 변경 후 고용승계 안 돼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에 따르면 동강병원 조리원 28명이 일자리를 잃은 날은 정확히 지난해 12월 31일이다. 2021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동강병원 영양실 운영 용역을 맡은 동원홈푸드의 인력파견업체인 A사가 기존 하청업체 소속 조리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병원에서는 신세계, CJ, 푸디스트 등 하청업체가 영양실을 운영해왔지만 대부분 조리원들의 고용을 승계해 왔다.

노조는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7월 25일 병원 갑질에 맞서 설립한 노동조합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병원 측이 배식을 위한 수술실 출입증을 제때 교부하지 않아 배식 후 감금되는 사례 속출했고, 검식 횡포는 물론, 환자식 배식 직전 음식 전량 폐기 후 재조리 지시, 배식 직전 전 붙이기, 환자용과 배식용 엘리베이터 공동사용과 이에 따른 배식 지연, 시말서 강요, 반말, 폭언, 삿대질 등이 있었다며 노동조합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 “병원 갑질에 맞선 노조설립이 집단해고 이유”
노조는 지금까지 영양실 하청을 맡았던 신세계와 CJ, 푸디스트 등가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 6개월 만에 그만 둔 것 역시 이 같은 병원 측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1일 동강병원 영양실 운영업체인 푸디스트가 돌연 경영악화를 이유로 철수를 통보함에 따라 같은 달 9일 동강병원 김모 처장, 이모 팀장을 면담하고 고용 승계를 요청, 고용 승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호적으로 답변을 들었지만 같은 날 울산지역 생활정보지에 동원홈푸트 인력파견업체인 A사 명의의 동강병원 조리원 모집 광고가 났다”며 “새 외주업체와 공모해 집단해고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동강병원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기사 게재 전까지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이번 사태를 다룬 언론들은 “새로운 영양실 외주업체인 동원홈푸드의 재량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병원 측 입장을 보도했다.

■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위원장 21일 울산고용지청 방문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 병원 노무 관리 관계자가 집단해고 직전 ‘2020년 일자리 창출 유공자’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21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사실을 밝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한 표창 취소 요구와 함께 SNS를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낼 대국민 서명참여운동을 지난 18일부터 시작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해고 후 20일 넘게 병원에서 장기투쟁을 이어가자 후방지원에 나선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나순자 위원장이 21일 울산을 찾아 이 병원 박원희 이사장과 김홍섭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면담에 나서기로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현재 260명이 동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시기적으로 표창과 관련 없어"
한편 일자리 유공자 선정에 관여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표창 수여와 동강병원 조리원 해고 문제는 시기상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강병원 이모 팀장에 대한 국무총리 표창이 2020년 6월 30일까지의 공적만을 따져 선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업무 담당자는 “지난해 8월 말 울산지청에서 접수해 9월 초 부산청을 거쳐 11월 고용노동부의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됐고 그 결과는 12월 초에 울산지청에 통보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모 팀장은 당시 공적 심사에서 채용 15% 증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도, 주52시간 선제적 도입, 근로자 처우개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초 영양실 외주업체가 변경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측 고용 승계를 요청했고, 병원 측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이모 팀장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1주일 뒤 고용 승계할 수 없다는 통보가 전달됐다"며 "이는 병원 측이 집단해고를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노조를 속인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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