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최초임대료 5% 상한제, 법원서 뒤집혔다

      2021.01.20 17:54   수정 : 2021.01.23 23:14기사원문
주택임대사업자가 최초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당시 정부의 유권해석과 상반된 것으로 정부가 임차인 보호에만 급급해 무리한 해석을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법원 판단을 계기로 임차인과 '5% 이상 임대료 인상' 협상에 실패한 임대사업자들의 줄소송이 잇따를 조짐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기존 전세보증금 5억원보다 3억원 높은 8억원에 최초임대료를 정하겠다며 세입자를 상대로 민사쟁송을 제기한 주택임대사업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60%를 인상하는 것으로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적용한 '임대료 5% 상한룰'에 불복한 소송인 셈이다.


서울 소재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는 임대사업자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전세계약만기가 다가오자 전세보증금을 시세 수준인 8억원으로 종전보다 3억원 올리겠다고 임차인 B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B씨가 새 주임법에서 정한 '계약갱신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 5%'를 이유로 2500만원도 올려줄 수 없다고 거절하자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단은 법원의 조정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B씨와 전세보증금 5억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듬 해인 2019년 1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르면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등록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이 있으면 그 임대차 계약의 종료 후 재계약시 적용되는 최초임대료를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 민특법에 따르면 A씨는 임대사업자 등록 이후 첫 갱신계약에서 임대료를 원하는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8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새 주임법을 시행하면서 2+2년 계약갱신시 '5% 상한'룰이 임대사업자의 최초임대료에도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일대 혼선이 빚어졌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을 통해 "민특법 상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주임법상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그 효과는 주임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 상한 5%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임대사업자와 임차인간 임대료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이 속출하면서 법적 분쟁도 늘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 5%'룰이 최초임대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자 임대사업자들은 '국토부의 해설집이 법을 무시한 엉터리 내용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자문변호사인 김성호 법률사무소 자산 변호사는 "현재 임대료 분쟁은 개개인이 민사쟁송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이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열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이 아니고 새 주임법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해설집에 담은 내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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