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닌 악마들”…친딸‧의붓딸 성폭행한 인면수심 어른들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친딸이나 의붓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들이 “딸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딸과 합의한 성관계”를 주장하며 재판부에 둘러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린 딸들에게 평생 지을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고 범행을 부인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의붓딸을 86차례 성폭행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위계 등 간음) 등으로 기소된 A(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명령한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유지됐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약 2년 동안 친딸이나 다름없는 10대 의붓딸을 모두 86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과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피해자 등 두 자녀를 둔 여성과 사실혼 관계로 함께 생활해오다 2년쯤 지나 나이 어린 딸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빠라고 소개했던 남성이 강간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딸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힘으로 제압하는 새 아빠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평소 일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봐오던 딸에게 있어 매일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딸은 피해사실이 알려지면 엄마의 행복한 생활을 방해하고 동생들도 또다시 힘들어질 생각에 눈물만 훔치고 또 훔치며 참아왔다고 성폭력 치료센터에 털어놨다.

■말 듣지 않으면 “동생과 엄마를 죽이겠다” 협박
A씨는 또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여 버리겠다. 네 동생과 엄마도 죽이겠다”라고 화를 내며 가재도구를 집어 던지는 등 폭력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딸을 성폭행하는 와중에도 인터넷 사기 행각을 벌인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딸에게 저지른 성폭행도 드러나 법정에 섰다.

A씨는 법정에서 “딸도 동의해서 성관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피고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린 동생들을 누가 제대로 돌봐줄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며 “피해자의 이런 착한 심성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성폭행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자수했는데도 원심 재판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딸이 좋아해서 성관계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양형부당과 법리오해 등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자수를 한 부분이 1심 양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대법원 판례를 보면 원심이 그 부분을 참작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범행 횟수가 86회에 달해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할 수 없고 양형 조건에 변동도 없어 1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되지 않은 범행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사건 범행으로 어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평생 감내해야 할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고 장래에 건전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친딸 성폭행하고 합의했다는 후안무치 50대 징역 9년
또 이날 같은 재판부는 친딸을 성폭행하고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한 50대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징역 9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B씨는 지난해 4월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신 뒤 친딸을 힘으로 제압해 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딸은 B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집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딸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합의하고 성관계 했을 뿐 강간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데도 또 이번 사건에서 친딸을 2차례 강간했다”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충격에 빠졌는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출된 진술과 증거 등을 종합하면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mail]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