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출범 1개월…경찰, '정인이·이용구' 사과만 4번
2021.02.04 15:23
수정 : 2021.02.04 15:24기사원문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 한 달이 지났지만 조직 내·외부에서는 경찰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국민 중심의 책임 수사'를 내건 경찰이지만, 한 달새 경찰 최고위직은 총 4차례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경찰이 수사 중 발생한 일로 고개를 숙이자, 수사권 조정이 섣불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장·국가수사본부장(직무대리)·서울경찰청장은 올해 들어 총 4차례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새해 첫 논란은 '정인이 사건'에서 나왔다.
16개월 영아가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가운데 경찰이 부실 수사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6일 업무 시작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김 청장은 "이번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를 드린다"며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후 20일 정인이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도 재차 사과를 전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부실수사 의혹으로 인한 사과도 이어졌다. 앞서 경찰은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보고도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이 사실을 일부 사실로 파악했다.
이에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은 "(사실이) 잘못 전파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장하연 서울청장도 이달 1일 "사건 처리에 미흡한 점이 없는지, 보고가 정확히 이뤄졌는지는 1년 내내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이번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연이은 사과로 '책임 수사'를 펼치겠다는 포부가 시작부터 흔들린다는 시각이 나온다. 경찰은 올해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얻으며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을 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수사권 조정 시행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이라도, 경찰의 직접 수사에서 부실한 점이 발견되면서 국민의 신뢰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 후속대책으로 아동학대전담팀을 설치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수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책임수사지도관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흡한 조치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책임수사를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세밀하게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