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의 은퇴
2021.02.04 18:00
수정 : 2021.02.04 18:04기사원문
베이조스의 27년 사업 여정은 고별사에서 밝힌 그대로다. 파괴에 가까운 혁신을 일관되게 실천했다는 점에서다. 그가 1994년 시애틀의 한 창고에서 단돈 1만달러로 연 인터넷 서점은 이제 시가총액 1897조원의 정보통신(IT) 공룡 기업이 됐다. 더욱이 그는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식료품·디지털콘텐츠·미디어·우주개발 등 진출하는 분야마다 기존 통념을 무너뜨리며 '아마존 제국'을 건설했다.
그는 이 같은 성공의 원동력을 '발명'으로 압축했다. 이는 신제품을 내놨다는 뜻만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포괄한다고 봐야 한다. 필자는 2013년 그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하는 것을 보고 뜻밖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시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의 종이신문들은 지대·광고 수입의 급락으로 완연한 사양길에 접어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구독자를 9000만명대로 늘리는 등 오프라인 신문을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킨 그의 역발상은 결국 주효했다.
그렇다면 그의 혁신 여정이 올 3·4분기에 끝날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외신들은 그가 아마존을 그의 그림자로 불리는 앤디 재시에게 맡기고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 운영과 자선 사업 등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 스스로 "나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고 할 정도라면 그가 좋아하는 '데이-1(창업 첫날) 정신'도 아직 고갈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은퇴는 영어로 '리타이어'(retire)다. 그 말의 역발상식 속뜻처럼 그가 타이어를 갈아 끼워 아마존 대신 달릴 새로운 정글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