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매 통해 들여온 ‘호렵도 팔폭병풍’ 공개
2021.02.18 09:09
수정 : 2021.02.18 09: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지난 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 온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을 18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다.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라는 뜻인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중국의 명·청 교체 후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을 연이어 겪은 후 조선에는 청을 배척하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청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며 청의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비단 바탕의 8폭으로 이루어진 연결병풍으로, 산수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며 인물과 동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고 매우 정교하여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구성은, 폭포를 시작으로 스산한 가을 분위기의 산수가 숙달된 화원 화가의 필치로 묘사되어 있는 제1-2폭, 화려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서는 황실 여인들이 묘사된 제3폭, 푸른 바탕에 흰 용이 새겨진 복식 차림의 청 황제와 다양한 자세의 기마인물들이 등장하는 제5폭,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을 겨누거나 창과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사냥꾼들이 역동적으로 묘사된 제7-8폭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렵도를 처음 그린 화가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인 김홍도(1745-1806?)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홍도의 작품은 ‘임원경제지’에 기록으로만 남아있으며,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호렵도 병풍은 민화풍으로 그려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웅장한 산수 표현과 정교한 인물표현 등에서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조선 시대 호렵도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이번 환수가 더욱 뜻깊다.
이번에 공개되는 호렵도는 그동안 민화를 중심으로 했던 호렵도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전시·교육 등 폭넓은 활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월 18일부터 박물관 내 궁중서화실에서 국민에게 공개된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국외문화재 환수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외소재문화재 발굴과 환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정부혁신 사업의 하나로 적극적인 공개와 활용을 통해 우리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자긍심을 고취해 나갈 계획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