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인플레이션 우려로 하락…공매도 표적 이항 주가↓
2021.02.20 09:07
수정 : 2021.02.20 11: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주식으로 보는 경제’(주보경) 입니다.
이번 2월 3주차에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부담 속에 실업 지표도 악화하면서 하락한 뉴욕 증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가짜계약, 기술조작 등의 이유로 미국 공매도 업체의 표적이 된 중국 드론 제조업체 이항을 이번주 특징주로 선정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가 하락
이번주 뉴욕 증시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실업 상황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고용시장의 회복이 여전히 견고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되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지수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존스는 0.38% 하락한 3만1493.34에 거래를 마쳤고 S&P 500 지수는 0.44% 내린 3913.97에 마감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0.72% 하락한 1만3865.36에 장을 거래를 마쳤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는 한동안 잊혔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위축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실물경제가 고꾸라진 와중에 기대인플레이션이 거의 7년 만의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국제유가가 올해 26% 이상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을 등에 업고 역사상 최고점에 있는 증시가 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1.4% 올라 2012년 3월 이후 9년여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 1.0%도 훌쩍 넘었습니다. 전일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는 2009년 지표 집계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달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3%로 전월 3.0% 대비 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2014년 8월 3.4%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인플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3% 부근으로 레벨을 올렸습니다. 금리 상승은 고평가 기술주 위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고성장 기술기업이 장기 저금리의 혜택을 크게 받았던 만큼 금리 상승의 악영향이 기술주에 집중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실업 상황도 악화됐습니다.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1만3천명 늘어난 86만1천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치 77만3천명을 웃돌았습니다.
다만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미 금리가 다소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이미 예고돼 있는 만큼 당국이 충분히 준비해 감당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수준의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준이 17일(현지 시각)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경제 여건이 현재 FOMC의 장기 목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며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정책 기조를 계속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FOMC의 장기 목표는 완전고용과 2%의 장기 물가상승률 달성입니다.
■공매도 표적 된 드론 제조업체 이항
이번 주는 미국 공매도 업체의 표적이 된 중국 드론 제조업체 이항을 특징주로 선정했습니다. 이항(億航)은 지난 2014년 4월 후화즈가 창업한 드론 회사로 1억명의 승객을 실어나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후화즈는 15세이던 1992년 중국 칭화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천재소년'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박람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관제시스템 개발을 맡았고 이같은 경험이 이항의 자율비행 드론택시 등의 통합 관제 기술 기반이 됐습니다. 2016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글로벌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184'를 공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이항은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21.28% 하락한 61.19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항의 주가는 지난 12일 124.09달러였지만 공매도 업체인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16일 62.69% 폭락했었습니다. 이어 이항 측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17일 67.88% 상승했지만 이날 다시 하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12일 이항 주가는 연초 대비 487% 오른 124.09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울프팩리서치는 '이항 주가 폭등은 추락할 것'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이항의 주요 계약이 가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항과 계약을 맺은 중국 상하이 쿤샹이라는 업체가 사실상 계약을 맺기 위해 급조된 기업이라는 주장입니다.
상하이 내의 쿤샹의 주소는 3개 중의 2개가 가짜였고 쿤샹 웹사이트에 적힌 주소는 쿤샹과 관련 없는 호텔이었다는 것입니다. 광저우에 있는 이항 본사에도 찾아갔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조 공정과 설계에 사용되는 기술이 가득한 곳에 경비원 한 명만이 건물을 지키는 등 보안체계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다.
이항은 가짜의혹을 제기한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에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이항은 "기만적"이며 "수많은 오류에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진술과 오역 투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항 주식은 '서학 개미'들로부터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는 국내 투자자의 이항 홀딩스 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5억5000만달러(약 6090억원) 규모에 달했습니다. 이는 국내 투자자의 보유 해외 주식 중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개최한 드론택시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제품을 시범비행한 것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항이 가짜계약을 통해 수익을 부풀려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분식회계가 적발돼 상장 폐지된 루이싱커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음 주 이벤트
다음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3~24일 상·하원에서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나섭니다.
23일 오전 10시에 웹캐스트를 통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나설 예정이고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도 24일 오전 10시에 '통화정책과 경제 상황'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 예정입니다.
파월 의장은 변함없이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이나, 그에 대한 금융시장의 절대 신뢰도 변함없이 유지될지, 아니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할지, 미묘한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는데, 국채 발행 증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채 매입 정책에 많은 관심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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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