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10년째 ‘동거동락’… 어느새 ‘나비박사’ 됐죠

      2021.02.28 17:38   수정 : 2021.02.28 17:38기사원문
"곤충은 우리 눈에 지극히 작은 미물로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관찰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존재입니다. 곤충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매일 접하며 알아가는 게 가장 큰 기쁨이죠."

12년 차 에버랜드 사육사 김선진 프로(사진)는 그중 10년을 곤충들과 보냈다. 2017년부턴 매년 봄과 여름에 나비정원과 반딧불이 체험을 기획·전시하는 일을 맡고 있다.

3월 중순까지 열리는 올해 나비정원에선 큰줄흰나비·호랑나비·제비나비·긴꼬리제비나비 등 총 4종, 6만마리의 나비를 만날 수 있다.

나비가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으로 성장하는 '한살이'를 관찰할 수 있고, 번데기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김 프로는 최적의 나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빛·온도·습도 등 전시장 환경을 점검한다.

김 프로는 "나비는 주변 환경에 무척 예민한 곤충에 속하기 때문에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나비에겐 알을 낳는 식물과 애벌레에게 급여하는 식물을 직접 재배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비에 대한 기존 연구자료가 많지 않은 탓에 김 프로는 스스로 '나비 박사'가 됐다.

기초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을 직접 테스트해 보기도 하고, 가설을 세워 연구하면서 노하우를 쌓아 나가는 식이다. 흰나비가 붉은 꽃을 좋아할 것이란 관념을 깨고 인조꽃의 색을 보라색으로 바꿔 흰나비 수명을 연장한 게 대표적이다.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반딧불이를 사육하는 일도 까다롭다. 김 프로는 성충이 되기 전에 애벌레가 9~10개월 동안 머무르는 수로를 1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로 채워준다.

또 자연에서 이끼를 직접 채취해 알을 받고 전시공간에 심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김 프로는 "반딧불이가 밝은 빛을 내기 위해서 낮시간 동안 어두운 곳에 사육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그렇게 해왔다"며 "그런데 실제 실험 결과 밝은 곳에 충분히 노출시켜야만 어두워졌을 때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단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김 프로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했다.
그런 그가 특수동물학과로 대학을 진학하고, 에버랜드 캐스트로 근무하며 사육사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가끔씩 '내가 나비라면? 내가 곤충이라면?'이란 엉뚱한 상상을 한다"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늘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사육사가 되기 위해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이상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나비와 반딧불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전시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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